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er Issac Jun 04. 2021

2. 흑역사가 된 그날의 홈페이지

갑자기 프리랜서가 된 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충분한 준비 없이 퇴사하였다. 충동적이기도 하였고 더는 버티기 힘들기도 하였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없어지면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신이 온전한 상태로 새로운 직업에 대해 고민하였다면 나는 분명 극도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냥 불편함과 빡침 그리고 더러움을 참고 직장생활을 계속했을 지도 모른다. 생기지 않을 일까지 걱정하며 나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 다른 회사를 찾았을 수도 있다. 

이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스타벅스에서의 3일’은 그래도 새로운 직업에 소프트랜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진짜 ‘나의 일’을 시작한 것이다. 입버릇처럼 남을 위해 일하기보다 내 일을 찾고 싶다고 했던 것을 정말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피곤 하지도, 빡치지도, 그리고 어렵지도 않았다. 반드시 해야만 했고, 할 수 있었고, 또 더 잘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을 지내다 보니 오래되지 않아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제 제법 안정이 되었다. 아니 제법 괜찮은 수익이 생기다 보니 나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럴 때면 나는 마치 영웅담을 이야기하듯 ‘스타벅스에서의 3일’을 이야기하며, 해야만 했고, 할 수 있었고, 더 잘하고 싶었던 그때를 상세하게 전한다. 그리고 그때의 그 철인 같았던 힘을 나는 살아가는 힘이라 부른다. 


흑역사

아직도 가장 뿌듯해 하는 그 3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만들었던 홈페이지는 이제는 쳐다도 볼 수 없는 창피한 흑역사가 되었다. 나는 마음에 들지 않은 내 모습이나 부끄러운 내 일들을 볼 때면 아예 회피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홈페이지가 지금 딱 그렇다. 마치 한 장의 굴욕 사진이나 흑역사이다. 당시에는 온 힘을 다해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신기한 사실은 그렇게 엉성한 홈페이지로도 사업을할 수 있었다. 그것도 제법 잘 시작하였다. 

홈페이지만이 아니었다. 당시 네이버나 구글에 나의 사업을 홍보하였는데, 그 광고들을 세팅하는 과정 역시 너무나도 허접했다. 그냥 직관적인 이끌림에 의해 해 나갔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통화하며 물어나갔다. 이 역시 무모했다. 비록 엉망진창으로 광고를 만들었지만 그래도 "장사"는 되었다. 물론 지금은 내가 운영하는 사업들은 수 천만원도 넘게 투자하여 전문적으로 개발한 홈페이지도 있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설정한 광고도 하고 있지만, 당시는 미미하기 짝이 없었다. 미미하다는 말도 사치스러울 정도로 보잘것 없었다.


사업가가 되어 깨달은 몇 가지 지혜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어차피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할 수 없다. 설령 온 힘을 다해 준비했다 한들 분명 실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바꾸고 싶은 것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처음에는 다 그렇게 다소 엉성하게 시작한다. 오히려 “어차피 바꿀 거니까” 라는 생각으로 만들면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출발선에 서되, 일단 “땅`하는 소리가 나면 박차고 나와 달려야 한다. 온 힘을 다해. 달려가다 보니 내가 간과하였던 것도 알게 되었고, 내가 잘못 판단한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속한 시장도 더 잘 알게 되었고, 나의 서비스의 본질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내 실력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 스타벅스에서의 3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