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Jan 28. 2024

당신의 점심은?

높아지는 물가와 대충 한 끼

 삼 시 세 끼 중 가장 메뉴 고민을 많이 하는 건 점심입니다.  나름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랄까요?


 아침은 먹기 보단 자는 것을 택합니다. 간단하게 챙겨먹으면 10분이면 되지만, 10분이면 ‘5분만 더!’를 두 번이나 외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밥보다 잠입니다. 황금과도 같은 잠이라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침은 출근 후 자리에 앉아 음료수나 핫바 등으로 간단하게 떼우거나 건너 뛰기 일쑤입니다.


 저녁은 아내와 함께 하기 때문에 아내가 차려주는 메뉴로 합니다. 간혹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지 묻기도 하지만, 메뉴로 고민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점심은 구내 식당, 도시락, 외식이란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구내 식당은 저렴한 가격과 음식의 양 조절이 가능하고, 먹고 나오기만 하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2월에 500원 오를 예정이지만, 한 끼 5,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입니다. 맛보다는 영양사가 영양소를 고려한 메뉴로 균형잡힌 음식을 먹을 수도 있어 주로 이용합니다.


 도시락은 기호에 따라 준비할 수 있고, 있는 반찬으로 챙기면, 구내 식당보다 비용도 절약됩니다. 챙기면서 아침도 챙겨 먹기도 합니다. 다만 수면 시간을 약간 줄여야 합니다. 그래서 오후 근무일 때만 도시락을 챙기곤 합니다. 오후 근무일 때는 15시 점심이라 구내 식당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보고, 짖궂은 동료는 “아내도 맞벌이라며, 힘들게 도시락을 챙겨 오면 어떡해?” 하곤 말합니다. 굳이 제가 챙겨 온다는 말을 할 필요는 없어서 그냥 웃어 넘깁니다.

 

 외식은 주로 입사 초에 동료들과 했습니다. 인근의 안 가본 식당 투어도 하고, 맛집을 찾아나섰습니다. 대체로 맛있게 먹지만,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한 끼에 평균적으로 10,000원이고, 20일을 이용하면 20만원입니다. 구내 식당 이용 비용보다 2배가 드니, 구내 식당 메뉴가 별로 일 때 아니면 외식을 선호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회사 인근에 끌리는 음식도 없고, 자극적인 맛에 금방 질리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점심에도 한 끼 떼우고 휴게실에서 낮잠 자는 걸 선호합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산책도 했지만, 지금은 산책보다 낮잠입니다. 점심을 먹고, 올라오면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가져와서 함께 먹고 있는 동료들이 보입니다. 컵라면으로 대충 떼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김밥도 구성이 잘 되어 있는데, 라면 하나라니 왠지 짠하기도 합니다.


 주로 가정에서는 어머니인데, 자녀들이 학교 급식을 이용하니, 굳이 챙길 필요가 없어서 도시락에서 해방되었다고들 합니다. 자녀들 먹을 반찬은 정성으로 신경쓰면서, 점심 한 끼는 대충 떼우는 동료들을 보며 안쓰럽습니다.


 학생 일때 도시락 시절도 있었고, 학교 급식 시절도 경험했습니다. 추억으로 남는 건 역시 도시락 챙겨 다니던 시절입니다. 각자 어머니께서 챙겨온 도시락을 함께 꺼내들고, 반찬통을 열며 설렘과 기대들도 했습니다. 남의 반찬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친구들 때문에 맛있는 반찬을 책상 서랍에 숨겨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요즘은 풍족해진 음식들과 급식으로 그런 추억들이 없겠죠.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높은 물가로 인해 한끼 대충 떼우는 현실을 돌아보며.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길 위 10원의 가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