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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17. 2024

똑똑해야 사랑받을 수 있어요

집사일지(64)

 시엘이를(묘생 3년차)모시다 보니, 건강을 생각해서 알약 타입도 복용을 도와드려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영양제로는 유산균과 오메가 3 만 챙기고 있습니다. 유산균은 가루로 되어 있어 츄르에 섞어 주면 됩니다.

 문제는 오메가 3 섭취인데, 예전에 중성화 수술을 하면서 알약을 주사기로 먹였던 경험이 있어 제가 도맡아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조공을 받기 위해 오는 시엘이를 잡아서 눕힙니다. 주사기 끝에 오메가 3을 장착한 다음, 입을 벌리고, 목 젖에 닿을 듯한 상태로 주사기 끝을 밀어 넣습니다. 그리고 시엘이가 오메가 3을 목에 넘기기를 기다리며, 입을 못 벌리도록 잡습니다.

 시엘이는 뱉지 못하니 삼키고, 보상으로 츄르를 받고 돌아섭니다. 하지만 보상이 주어지더라도, 부정적인 기억이라 아침이면 오던 시엘이가 오질 않습니다. 혹시나 잡히면, 오메가 3을 강제로 먹을까 봐  소파 밑에 숨어서 나오질 않습니다. 시엘이를 모시며, 엄모자부의 관계가 깨지고, 집사를 피해 다니는 상황이 되어 차선책을 생각했습니다.


시엘이가 싫어하는 양치질, 목욕, 발톱 정리, 발바닥 털 정리를(나열하고 보니, 아내가 관리를 다 하네요) 도맡아 하는 아내가 오메가 3도 먹이기로 한 것입니다.

 아내가 오메가 3을 먹이기 시작하고, 시엘이가 다시 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어느 유튜버(모네의 집사) 오메가 3에 유산균을 묻혀서 스스로 먹게 하는 것을 보고, 유산균 대신 플레이크를 묻혀보았습니다. 오메가 3을 플레이크에 바로 굴리면 안 묻으니, 물에 살짝 담갔다가 플레이크에 버물입니다.

 시엘이는 평소에도 플레이크를 간식으로 잘 먹던 터라 의심하지 않고 먹습니다. 드디어 주사기를 통해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되고, 맛있는 플레이크를 먹으며, 오메가 3을 먹게 되었습니다.


 3년 차 집사라 시엘이 전문가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집사에게 꿀팁 하나를 배웠습니다. 아침이면 경계하며, 피해 다니던 시엘이도 다시 츄르 조공을 요구하며, 고롱송을 부릅니다. 집사는 똑똑해야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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