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알 수 없는 나의 건강
"한국은 물이 참 좋은 것 같아. 다른 나라는 석회질이 많아서 수질이 너무 안 좋더라고"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던 사람이라면 보통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웃프게도 저는 '다른 나라 물'이 더 잘 맞는 거 같아요. 정확한 데이터로는 확인되진 않았지만, 제 몸이 그걸 증명해 주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는 아토피가 지금처럼 흔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방송에 자주 나오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으레 흘러가는 말로 이렇게 말하곤 했죠.
"아토피 앓는 사람들은 외국가서 사는게 좋다더라"
저는 아토피가 꽤 심한 편에 속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안 해본 치료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양방치료, 한방치료는 기본이었고, 어디 물이 피부에 좋다고 하면 직접 떠서 목욕하기도 했고요. 몸에 좋다는 거는 다 먹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크게 효과를 보진 못했죠.
그러던 중, 2003년 한 가지 사건이 인생에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그 해 여름, 중국 상해에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중국은 수질이 안 좋다던데" 엄마가 특히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엄마의 걱정이 우습게도, 중국에 지내는 2주 동안 피부가 좋아졌어요.
한국에 귀국하고 나서 피부가 다시 악화되었기에,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그 이후로 해외에 나갈 때마다 피부가 괜찮아지는 게 아니겠어요?
중국, 유럽,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호주, 대만, 홍콩, 태국 등 가리는 나라(?)는 없었어요.
오직 한국에서 머무를 때만 피부가 안 좋아졌죠.
그때의 사건이 시발점이 된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항상 외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어학에 특히 관심이 많았고요. 어쩌면 피부 때문에 조금 더 자주 해외에 나가려 했던 것 같기도 해요. 결국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게 되었지만요.
저는 한국에 안 맞는 사람인가요?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피부가, 웃프게도 제 인생을 바꾸어 놓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