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주행보조장치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못지않게, 자동차 내 '컵홀더'에 대한 불만이 심각한 소비자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운전 중 마시는 음료 하나쯤은 기본이 된 시대지만, 의외로 컵홀더는 사용자 중심 설계에서 종종 소외돼 왔다. 특히 최근 텀블러와 보온병 사용이 늘어나면서, 기존 컵홀더가 더 이상 실용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수납 공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컵홀더는 운전자의 일상적 행동과 직결되는 '생활 밀착형' 편의 사양이다. 그러다 JD 파워의 최근 조사 결과, 컵홀더 관련 불만이 1년 새 소비자 불만 순위 7위에서 3위로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블루투스 연결, 내비게이션 오작동 같은 기술적 이슈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으로, 제조사들이 간과했던 '아날로그 불편'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시사한다.
작고 비효율적인 전통 컵홀더
전통적인 컵홀더는 대부분 소형 플라스틱 컵이나 일반 페트병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예티, 스탠리 등 브랜드의 1리터 이상 대용량 텀블러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존 차량 내 컵홀더는 ‘너무 얕거나 작아서 안정적으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급정거 시 컵이 넘어지거나 음료가 쏟아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실사용자 중심 설계가 절실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JD 파워는 2024년 차량 내장재·편의사양 품질 설문조사에서 컵홀더 문제는 주요 불만 요소로 집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블루투스 오류, 센터스크린 지연보다 컵홀더 관련 문제의 빈도가 더 높았다. 이는 차량 내부에서 ‘디지털’만큼이나 ‘물리적 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크기만이 아닌, 컵을 얼마나 단단하게 잡아주는지, 뚜껑 여닫을 때 방해받지 않는지 같은 사용성 중심의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다른 접근
몇몇 브랜드들은 이미 이 불만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포르쉐는 'T-렉스 암'이라 불리는 신형 접이식 컵홀더를 선보였는데, 이는 얇고 길게 뻗어 나오는 구조로 공간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양한 사이즈를 수용하는 설계를 적용했다. 디자인상 재미 요소도 있지만, 실질적인 공간 활용성과 안정성이 결합돼 호평받고 있다.
BMW 역시 조절식 컵홀더를 통해 유연한 수납 기능을 제공 중이다. 컵홀더 깊이를 조절하거나 지지대를 확장해 다양한 용기를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기능성' 이상의 브랜드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소비자들이 “기능적인 감성”을 기대하는 시대에, 컵홀더와 같은 사소한 요소조차 브랜드 경험의 핵심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보다 '생활'을 먼저 본 소비자
컵홀더 논란은 단순한 편의 사양 개선의 문제를 넘어, 제조사가 어디에 초점을 두고 차량을 설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적 완성도나 첨단 기능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소비자의 일상에서 가장 자주 애용하는 ‘작은 디테일’이 놓쳐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이제 생활공간의 영역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이제 엔진 출력이나 터치스크린 해상도보다도 컵홀더, 수납공간, 충전 포트 위치 등 '생활 밀착형' 요소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시대가 변화한 만큼, 차량 설계에서도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사용자의 일상과 경험을 중심에 둔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