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차량은 언론 보도마다 화제를 몰고 온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고급 자동차를 수입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최근엔 3억 원이 넘는 최신형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4Matic 모델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면 방탄 유리와 고급 내장재, 독일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벤츠 플래그십 SUV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자동차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단순한 구매 문제를 넘어 면허조차 발급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차량을 갖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평화자동차’라는 이름의 국산차를 이용한다. 고급 외제차를 타는 최고 지도자와 최소한의 차량 선택권조차 없는 주민들 사이의 격차는, 북한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자동차 산업은 1958년 화물차 ‘승리 58호’ 생산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오랜 시간 외국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1998년, 통일교 자금으로 설립된 남북 합영기업 ‘평화자동차’가 등장한다. 이듬해인 1999년엔 서울에 지사를 세우고,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차량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평화자동차의 차량들은 대부분 해외 모델을 조립한 것이다. 초기엔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소형 세단 ‘시에나’를 ‘휘파람’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고, SUV 모델 ‘도블로’는 ‘뻐꾸기’로 재탄생했다. 고급 세단 ‘준마’는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체어맨 대신 폭스바겐 차량을 들여와 ‘준마’란 이름으로 조립하고 있다. 이렇듯 북한은 완성차를 개발하기보다 외산차 부품을 수입 후 조립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북한은 평화자동차 설립 이후 중고차나 외제차의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대신 평화자동차의 차량을 구매할 경우, 등록 절차 없이 곧바로 번호판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일반 주민이 자동차를 구입하더라도 차량 등록은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즉시 등록 혜택’은 강력한 장점이다. 그러나 전체 차량 수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 내 경제난과 높은 차량 가격, 열악한 도로 사정 등이 맞물려 실질적 소비는 평양 지역의 일부 부유층에 집중되어 있다.
북한은 자동차 산업을 체제 선전과 민족 자립의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평화자동차는 스포츠 경기 후원과 함께 대형 광고판을 통해 평양 시내에서 활발히 상표 노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권투경기를 공식 후원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기술력 부족과 제한된 시장, 외부 의존적 생산 방식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세계 최고급 차량을 수시로 이용하며 절대권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쪽은 3억 원이 넘는 마이바흐를 타고, 다른 한쪽은 번호판 등록조차 힘겨운 현실을 살아간다. ‘수령님은 벤츠, 주민은 준마’라는 말이 현실이 된 지금, 북한의 자동차 산업은 체제 선전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