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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Feb 01. 2022

커피와 독서

커피와 독서. 얼마나 멋진 조합인가.  오는 날이면 따뜻한 커피를 내려 창가 근처에서 독서하는  좋아한다. 커피와 독서 모두 내게는 머리와 감각을 깨워주고 항상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지난번 주말에는 커피를 물처럼 마시면서   책상 위에 앉아, 하루 종일 분주하게 읽고 쓰고 그리고 공부했다. 하도 커피를 많이 마신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아서 핸드폰으로 전자책도 읽고 그마저도 눈이 건조하면 종이책을 집어 들고 읽히는 대로 읽었다. 읽는다는 행위와 마시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궁극적인 즐거움은 무엇일까.


커피부터 얘기해보자. 내가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 중 칠 할은 커피와 카페 전반에 깔려 있는 커피 향, 그로 인해 나오는 편안한 분위기 때문이다. 코 끝에 은은하게 맴도는 커피 향과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백색 소음, 편안한 분위기.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친구들에게 편지도 쓴다. 내가 오롯이 가질 수 있는 나만의 시간. 타인과 함께 있지만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다. 머릿속이 복잡하면 한 차례 내 마음을 글로 쏟아내 버리고 어김없이 독서를 한다. 종이 위에 찍힌 활자를 읽고 있으면 내가 한국어를 구사하고, 국어를 이해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문장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깊숙이 스며들어 올 때가 있다. 언어를 안다는 것은 전반적인 문화를 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쉼 없이 계속되는 문장들의 향연 속에서 각자 서로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결국 언어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커피를 마시는 것도 비슷하다. 카페에 가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방식대로 커피를 즐긴다. 매번 다른 책을 집어 드는 것처럼 기분과 상태에 따라 즐기는 커피의 종류도 달라진다. 평소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추운 겨울날에는 두유 라테를, 기분이 울적할 때는 바닐라 라테를 선택한다. 내 감정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으로 위로받을 수 있다는 매력. 커피 원두 볶는 향, 커피를 추출할 때 나는 소리, 커피 방울이 커다란 비커 안으로 토도독 거리면서 떨어지는 모양과 아주 미세한 소리. 공기 중에 은은히 펴 저 나가는 커피 특유의 씁쓸하면서도 묵직한 향기. 그 향기가 어우러져서 나오는 편안한 분위기. 커피를 즐길 만한 이유는 수도 없이 많고 즐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까만 물'일 뿐인 커피에 나는 왜 이렇게 기대 있는 것일까?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뇌 기능이 팽창된다는 과학적인 이유는 제쳐두고서 생각해보면 단연코 그 분위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하거나 글쓰기를 할 때, 하다 못해 일을 할 때 느끼는 그 안락함과 이제는 무엇이든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그 첫 순간을 만들어주는 커피의 마력. 당장 그 까만 물에 뛰어들고 싶어 진다. 그래서일까. 사실 마시는 것을 썩 즐겨하지 않는데도 커피 만은 예외다. 지금도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머리도 커피만 마시면 맹렬히 돌아가며 제 존재를 뽐내는 한 여름의 선풍기처럼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은 내 느낌일 뿐이지만 사람은 때로는 그 느낌에 취해 살아가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커피는 내게 있어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일종의 부스터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늘 독서라고 대답했지만 이제는 그 대답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내 취미는 '읽는 것'이다. 출퇴근길이 긴 편이라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실제로 이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쓰기도 했다. 출퇴근길에 내가 제일 많이 하는 건 바로 무언가를 읽는 것이다. 꼭 독서라고는 할 수 없다. 읽는 것은 아주 다양하다. 출근길은 생산적으로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주로 구독해둔 뉴스레터를 읽고, 영어 원서를 대략 두 페이지 정도 읽은 뒤 또 다른 독서를 한다. 독서가 하고 싶지 않으면 구독해둔 채널의 글을 읽기도 한다. 반대로 퇴근길에는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면서 허비한다. 주로 짧은 토막글을 읽거나,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아주 가끔 별자리 운세를 읽기도 한다. 아, 습관적으로 회사 이메일도 체크한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읽는다는 행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교통수단 안에서 내 호기심을 채우고 내 만족을 위해 주로 '나'를, '사람들'을, '이 세계'를,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가끔은 '나를 화나게 하고 슬프게 하는 것들'도 읽는다. 그렇게 조금씩 이 세상을 알아간다.


가만히 이 자리에 앉아 혹은 이동하는 와중에도 책과 활자를 통해 세상을 보고 내 관점을 확장시킨다. 거기에 커피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안락한 상태에서 내 견문이 넓어진다. 커피와 독서. 이 환상의 조합을 평생토록 즐길 수 있다면 그 무엇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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