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도 이야기하지 않아요
잊을 만하면 유명인 마약 사건이 터지는 것 같다. 지금이야 수사기관과 한참은 떨어진 곳에 출입하고 있어서 남의 일처럼 관전할 수 있지만, 사건팀에 있을 때만 해도 마약 사건이 발생했다 하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찾아가기도 어려운 용두동의 마약수사대 건물로 뛰쳐 가야만 했다. 취재를 하는 입장에서는 현장 정리정돈이 되지 않는 것이 제일 짜증스러웠다. 누구나 알 법한 유명인이 무거운 비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빌딩과 상가 건물 사이에 폭 파묻혀 마치 옛날식 주택처럼 보이던 마약수사대 앞 인도는 기자와 카메라로 북적거렸다. 양반다리를 하고 쪼그려 앉아 노트북을 펼 장소를 찾는 것도 큰일이었다.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마약 사건도 피의자의 신상과 혐의 따위를 수사기관이 언론에 흘리는 일은 별로 없다. 드물게 어떤 마약 사건과 관련해 특정 인물이 내사 중이라는 '찌라시'가 돌았던 적이 한 번 있기는 한데 (해당 인물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출처가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니까 익명의 사용자들이 오고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신원도 알 수 없는 사람이 올리는 "우리 누나가 연예부 기자인데 앞으로 걸려 나올 연예인이 더 많다더라" 따위의 글은 믿을 바가 못 된다. 애초에 기자가 믿을 만한 취재원으로부터 정보를 얻는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이런 것을 알고 있다"며 으스댈 게 아니라 보강 취재를 해서 단독 기사를 낼 준비를 할 것이다. 괜히 입을 잘못 놀렸다가 데스크에 물어다 줄 발제거리 하나가 사라지는 낭패를 당하기는 싫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사건의 결론이 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팀장에게 보고하다가 문득 떠오른 김에 적어 둔다. 그나저나 내일 발제는 뭘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