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릅시다
정말 좋아하는 시리즈의 속편이 나오지 않은 이상에야 영화 개봉 전, 혹은 직후에 예매를 하는 일은 드문데, 〈조커: 폴리 아 되〉를 그렇게 예매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전작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상영 시간 내내 은막을 가득 채우는 자기 연민에 질식할 것 같아 오만상을 찌푸리고 나왔던 터였다. 그런데도 한없이 음의 방향으로 향하는 관람평들을 보니 도리어 호기심이 생겼다. 직접 보니 관람에서 오는 재미를 얻을 수는 없었고, 여전히 이 시리즈를 좋아할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해체해서 뜯어보는 맛이 있는 영화였다.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에 별점 4개를 주며 호평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모양이다. '기생충 한줄평 논란'도 그렇고, 아무래도 평론가 중에서는 인지도가 있어서인지, 이 아저씨는 주기적으로 이런 고초를 겪는다. "남들이 다 별로라고 하는 영화를 혼자 고평가하면 좋냐?"는 식의 욕설 어린 비난들이 주를 이루었던가 본데, 당사자가 아닌 내가 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 취향이나 평론이 늘 내 구미에 맞지는 않지만,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의 평론이나 감상을 듬성듬성 접해 온 바에 따르면, 이동진은 영화라는 매체 자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뼈와 살을 집요하게 발라내어 탐구한 뒤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을 수 있는 영화일수록 더 좋아한다. 납작하지 않고, 생각해 볼 거리를 많이 던져 주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영화를 감상한 뒤 돌아보는 모든 시간을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영화들의 별점이 대체로 높았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내가 뭘 본 거지……."였고,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알겠으나 여전히 동의할 수 없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별점 2.5개를 주었지만, 이동진 평론가는 좋아할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의 감상을 궁금해했다. 내가 좋아하지 않거나 지루하게 본 영화를 달리 본 사람들의 해석이나 감상을 듣는 것은 관람 후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진이라는 권위만 필요한 치들이, '이 영화는 해악이다' 혹은 '졸작이다'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줄 권위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화가 나서 이동진 평론가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몇 년 전의 '명징과 직조' 사태가 재현된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어처구니가 없다. 이동진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평론을 제대로 보고 듣기는 한 것인지. 예나 지금이나 나는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게으른 사람이 참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