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 준비
집에 오는 길, 짜여진 섬유 사이로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널려있는 풍경을 눈에 담는다. “춥다, 추워” 움츠러들고만 있는 내가 참 작은 존재라고 느껴질만큼 너무나도 과분하게 아름답다. 왜인지 느껴본 감정인 것 같아 생각에 빠진다. 이 맘때쯤이었다. 그때도 나를 아래로 찬 공기 사이로 멋드러진 광경을 내어준 하늘을 보았다. 나만 볼 수 없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온전하지 않음에 원통해 하기만 했다. 텍스트로 담을 수도 없는 건실하고 나폴거리고 단단한, 감히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듯 이미지로 말을 한다.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위치를, 관계를, 우리를, 나를 느끼는 것. 생각을 지워도 괜찮다. 오히려 좋을지도. 공기의 온도를 체감하고 직관하는 것. 겨울이 오고 있음을 이렇게 알아차린다. 또 다른 계절에는 마치 이런 날이 없는 것처럼. 내 피셜 내가 가진 나만의, 또는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의 겨울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