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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샘 May 20. 2024

My class receipe

4월4일 종이 안 쓰는 날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간다했던가. 선생님 성격이 학급 분위기에 묻어난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내가 맡은 학급은 하나같이 다 쾌활했다. 조용하고 침착하기 보다는 활발하고 명랑한 분위기. 내가 만든 것인가? 우연적으로 나와 찰떡으로 맞았든 내가 만들었든 웰컴이다. 너무 재밌다. 쾌활한 학급과 함께하는 매년, ‘아 어쩜 이렇게 나랑 잘 맞는 아가들을 만날 수 있지?’를 속으로 생각하는 나다.


 오늘은 종이 안 쓰는 날이었다. 아무말도 하지않고 종이가 만들어지는 영상을 틀어두었다. 등원해 영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무가 쓰러지는 장면을 보자마자! 진짜 보!자!마!자! “오늘 종이 안 쓰는 날이다~” 라는 소리가 문 바깥 복도까지 넘어왔다. 종이 안 쓰는 날로 시끌벅적한 교실 소리만 듣는데도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할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교실에 들어가서는 더욱 놀라고 감동받고 감사했다. “선생님 이게 종이니까 오늘은 이거 못쓰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나무를 아껴야하니까 우리 나무도 쓰지 마요. 근데 우리 교실에 나무가 너무 많아!” “종이는 나무잖아! 나무 너무 불쌍해~” 우수수 봇물 터지듯 쏟아진 아이들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모두 적어놓고 싶을 정도 였다. 나는 7살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을까? 아이들의 똑똑함에 감탄하며 답을 제시하기 보다 아이들의 생각을 자꾸만 따라갔다. “왜 그럴까?”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그럼 어떡하지?” 내 말에 아이들은 콩콩 뛰면서 신난다고 표현하며 종이 안 쓰는 날에 집중했다. 준비한 수업자료를 가지고 종이 안 쓰는 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우리 교실에서 종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 종이를 분리수거해서 버리면 새로운 종이를 만들 수 있고 그 과정이 어떤지, 종이를 올바르게 분리수거하는 방법까지 약간 아이들에게 버거울까? 싶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너무 집중해서 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아이들에게서 힘을 받았다. 아이들의 생각을 따라 오늘은 아이들이 애써 종이를 안쓰려고 생각하지않도록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놀이했다. 강당에서 큰블럭을 가지고 자유롭게 뛰놀면서 아이들과 나는 행복했다. 내가 기분좋고 행복할 수록 아이들은 나와 같이 행복감을 느끼는 듯했다. 난 정말 행운아다. 이렇게나 나와 찰떡이고 감정과 마음을 나누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나와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해가는 우리 교실은 나의 시간 속에 행복이라는 향과 잊지못할 맛을 남기는 우리들만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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