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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버섯 Aug 26. 2024

첫 번째 진료

평범한 주부의 정신과 진료기

  병원을 바꾸었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오고 나서  상담받는 병원을 바꾸기로 ‘마음먹는데’ 1년 하고도 6개월이 걸렸다. 그동안은 예전 동네로 먼 거리를 운전해 가서 한 시간 이상의 대기를 견디고 3분 이내의 짧은 진료를 마치고 다시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먹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듯, 될 대로 되라는 듯 네이버 지도에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찾아 예약을 했다. 이 자체가 나로서는 엄청난 변화이며 도전이었다.

 

  상담시간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병원은 새로 인테리어를 해서 아늑했고, 의사 선생님은 최선을 다해서 내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하시는 듯했다. 여러 병원을 다녀 보았지만 듣지 못했던 처방약의 모양, 색, 용량 그리고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한결 마음을 편하게 했다.     


  약은 예전 다니던 병원에서 처방해 준 그대로,

보통 병원을 옮기면 초기에 약은 이전 병원과 다르지 않게 처방해 준다고 설명해 주셨다. 다만 저녁에 약을 먹고 쓰러지듯이 잠에 드는 점, 낮에 많이 나른하고 잠이 온다는 점에서 증상보다 약이 강하게 처방된 듯하다고 말씀하셨고 천천히 약을 줄여나가자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들 마다 술에 대한 민감도는 조금씩 다른 듯한데, 예전 선생님은 '어쩌다 맥주 한잔은 괜찮아요!'였지만 이번 선생님께서는 '절대로, 네버 술은 안됩니다!'라고 강조하셨다. 2주일에 한번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임을 강조하시며, 선생님을 만나지 않는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하셨다. 규칙적인 운동, 질 좋은 식사, 숙면!!! 다시 한번 강조, 강조, 강조!!!


  병원에 들어가는 길 샛길로 들어가면 재래시장이 있는 것 같았다. 초행길이지만 진료가 끝나고 보슬비를 맞으며 낯선 재래시장에 걸어갔다. 막 만든 따끈한 떡이 세팩에 5000원이라 세팩을 샀고, 예쁘게 생긴 딱딱이 복숭아가 있어서 아이들 먹이려고 한 봉지를 샀다. 청년들이 파는 갈치는 유난히 싱싱해 보였는데 생선을 좋아하는 남편이 생각나 세 마리를 샀다. 추적추적 비를 맞으며 차로 향하는 길, 양손이 무거웠는데 기분이 좋았다.


  처음이라 무슨 판단을 하기엔 이르지만, 어쨌든 이번에 옮긴 병원은 느낌이 좋다.


  또...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는 것을 극도로 거부하며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길 두려워하고 있었던 내가, 용기를 내어 한 발짝 앞으로 내딛기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나를 칭찬을 해주기로 했다.


첫 번째 진료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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