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꿀! 신입받아라!
2012년 9월 1일
더위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길가의 코스모스 꽃 피어있고, 오곡백과가 익어간다고들 얘기하는 계절. 나는 그즈음 광산에 취업을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의 관심 밖이고,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광산. 요즘 세상에 광산에서 일을 한다고 얘기하면 많이들 놀란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을 선택했고, 첫 출근을 하기 위해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산골로 들어갔다.
고속도로가 없어 국도를 통해 산을 굽이굽이 넘어 처음 차를 운전해 가던 길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광산은 거의 모든 곳이 화약을 사용해 발파를 하여 광물을 채취하는 방식이라 발파 충격으로 인한 민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어 산간지방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 많다. 민원제기가 잦으면 아무래도 작업 자체에 지장이 생기고, 보상금이니 뭐니 금전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초보 광산쟁이, 경기도 촌놈이 광산에 첫 입성을 했다.
“광산 햇돼지 왔네.”
나를 맞이한 상사가 한 말이었다.
“네? 뭔 돼지요?"
"햇돼지"
"햇돼지? 햇돼지가 뭐예요?”
“햇밤, 햇과일은 알지? 그 해에 태어난 돼지를 말하는 거지. 너처럼 광산을 이제 시작한 초짜를 보통 그렇게 부르기도 해.”
햇밤, 햇과일은 나도 아는데 햇돼지는 진짜 난생처음 들어봤다.
“그러면 내년이 된다면 햇돼지가 아닌 거예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해가 바뀌면 아닌 거 아니에요?"
“아니지. 어찌 되었건 초짜한테 붙이는 거니까 시간이 지나 네가 일이 숙련된다면 자연스레 그 단어가 떼어지는 때가 오겠지. 계속 어리바리 적응 못하고 초짜처럼 굴면 그냥 계속 햇돼지지 않을까?”
그날부터 나는 광산 햇돼지가 됐다. 햇돼지라는 단어에는 초보자, 처음 시작하는 사람, 서툰 사람이 녹아들어 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단어 속 안에는 나를 신입이기 때문에 끌어주고 가르쳐주겠다는 따스함도 아마 담겨있지 않을까 싶어 괜스레 맘에 들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나처럼 한평생을 몸담는 업계가 있을 것이고, 그 시작했던 때가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은 고등학생 때 일수도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 일수도 있다. 게다가 한번 정해서 시작한 업계가 맞지 않아 중간에 다른 업계로 옮겨 새로운 시작을 할 수도 있고, 꼭 한 가지만 하라는 법도 없어 여러 업계에 몸담고 있는 소위 N잡러들은 시작이 남들보다 많았을 것이다.
항상 시작할 때는 서툴기 마련이다.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수 많은 직장의 선임자, 상급자들은 자신의 일을 능숙하게하며, 다른 사람들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조언해주고 알려주는 위치에 앉아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만고불변의 진리에 따라 미숙했었던 시작이 분명히 있고, 능숙해 지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부단히도 노력했을 것이다.
지금 현재 시작점에 서있는 사람은 실수하고 가끔은 문제를 일으켜도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기죽을 필요가 없다. 물론 책임회피를 한다거나 너무 당연하게 여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걸 미안해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실수에 책임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경험으로 선배, 상사들과 같은 능숙함과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런데 난 언제쯤 능숙해질까.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