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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웨Manwe Oct 18. 2023

here and now

스트레스지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상담 및 직무스트레스 평가를 시행하니 적극적인 참여 바랍니다."


새로 인사발령받아 오게 된 보건관리자가 보내온 공문 내용이었다. 최근에 국립병원과 우리 회사가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대체 우리 회사랑 병원이랑 무슨 업무관련성이 있어서 협약을 맺었는지 궁금했는데 공문에 쓰여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나 보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건관리자 J가 오기 전에 우리 회사에는 따로 보건관리자가 있지 않았다. 이전에 하던 보건관리 업무라고는 총무부서에서 진행하는 건강검진과 초겨울 시행하는 독감접종이 전부였고, 직원들도 그 이상을 바라지는 않았었다. 물론 건강검진 외에 다른 프로그램이 없었던 이유에는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직원들이 관심이 없어 알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요구하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으리라.


그런데 보건관리자가 생긴 뒤 기초자료로 쓴다고 설문조사를 하지를 않나, 비만인들을 대상으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니 이제는 정신건강까지 챙겨준단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이라 처음에는 '이게 뭐 하는 거지? 뭘 할 수는 있나?' 라며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열심히 뛰어다니는 보건관리자를 보며 이내 마음의 의구심을 걷어내고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하게 되었다.




검사 당일 검지손가락에 측정기를 꽂고 체감상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을 멍하니 있다보니 뚜루루하며 측정결과가 나왔다. 검사결과 스트레스 지수는 0~10단계 지수 중 6단계가 나왔고, 스트레스 저항력이 다소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피로지수도 같이 표기되어 나오는데 A~G까지 총 7단계 지수 중 C가 나왔다.


'어? 내 검사결과가 생각보다 꽤 높네."


성격상 평소 고민을 많이 안하고, 업무 스트레스도 많이받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해 낮은 수준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물론 이 간단한 검사로 나오는 수치가 무조건 맞다고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괜시리 신경쓰였다. 검사결과에 오히려 신경쓰여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랄까.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결과에 보통 직장인들은 이정도 검사결과는 다 나온다고 확인받으며 자기 위로를 하고 싶어서 였을까. 자연스레 내 시선은 옆의 동료의 검사결과지로 향했다. 결과는 나보다 몇 단계나 좋지 않았다.


'나는 이정도는 아니라 다행이긴한데, 이 분은 많이 심해서 좀 걱정이 될 정도네.'


몇 년 전 갑상선 기능저하로 병원에 다니며 꽤 고생했던 것으로 알고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몸에도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닐까. 지금의 나는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혹여 스트레스에 노출이 되어 마음에 병이 드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을 굳게 먹어야겠다. 물론 옆의 동료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검사결과지를 갖고 상담사와 마주앉게 되었다. 각종 그래프로 도배되어 있던 검사결과지의 내용을 하나씩 설명해준 상담사는 조언을 해주던 도중 나에게 here and now라는 단어를 알려주었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는 뜻이었다.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이라는 책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에서 잘못을 침착하게 분석하고 교훈을 얻은 다음 잊어버리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하되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얘기라면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겠지만, 모르는 상태와 알고 노력하는 상태에서는 다소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자기관리론을 통해 내용을 접한 뒤부터는 과거의 일에 대해 생각이 떠오르게 되면 의식적으로 금방 다시 현재로 돌아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노력 덕분인지 최근 쉽게 오르내리던 감정기복이 다소 누그러져 예전보다는 좀 차분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here and now. 내가 살고 있는건 과거나 미래가 아니고, 지금 당장 헤쳐나가야할 것은 현재이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에서 벗어나고 건강한 마음을 현재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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