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래도 네가 제일 좋아
첫째 아들이랑 나는 항상 같이 잠을 잔다.
무조건 엄마랑 자던 아이가 '아빠는 너를 너무 사랑해서 같이 자고 싶은데, 오늘은 엄마 말고 아빠랑 같이 자자'라는 내 얘기에 못 이기는 척 한두 번 자더니 이제는 나랑 자는 게 당연한 습관처럼 굳어졌다.
그날도 첫째랑 잠자리에 들기 위해 이불을 꺼내고 있었다.
"오늘은 엄마랑 자고 싶은데.."
"어? 아니 왜?"
"아빠보다 엄마가 더 좋아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물론 아이들은 아빠보다는 엄마가 더 좋고, 지금은 같이 자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엄마랑 자겠다고 할 수도 있다 생각하고 있긴 했었지만 막상 그 얘기를 아이 입으로 듣게 되니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이유가 아빠보다 좋아서라니, 차라리 엄마가 좋아서만 얘기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면 아빠는 누구랑 자?"
"동생이랑 같이 자."
"아빠는 우리 큰 아들이랑 너무너무 자고 싶은데, 근데 진짜로 엄마가 아빠보다 더 좋아?"
"응. 엄마가 아빠보다 더 좋아."
아들한테 그러면 안 되겠지만 갑자기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잠자리 준비를 하다 갑자기 생기게 된 오기는 결국 하지 말아야 될 질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불상사를 만들었다.
".. 아빠가 좋아 할아버지가 좋아?"
"할아버지가 좋아."
".. 아빠가 좋아 할머니가 좋아?"
"할머니가 더 좋아."
".. 그러면 삼촌이 좋아 아빠가 좋아?"
"삼촌이 더 좋아"
'네가 아빠 마음을 후벼 파는구나."
오기로 시작한 질문에 웃으며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어찌나 서운하던지. 마지막 삼촌은 최후의 최후까지 생각한 질문이었는데 그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반쯤은 장난으로 시작한 얘기가 결국은 큰 상처로 돌아왔다.
"그러면 아빠는 앞으로 너랑 안 잘 거야. 엄마랑 자."
못났다 못났어. 아이에게 툭 하고 내뱉어진 말.
말에 담겨있는 서운한 마음이 아이한테도 닿아 상처로 변했던 것일까. 표정이 굳어지더니 금세 울음으로 바뀌어버렸다.
"엉엉! 아니야. 아빠랑 잘 꺼야! 엄마보다 아빠가 제일 좋아!"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울음을 달랬다.
그친 이후 잠에 들기 전까지 수시로 아빠가 좋다고 얘기하며 눈치를 보는 모습에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괜한 질문을 해서 아이한테 상처를 주었다. 저 작은 아이한테 내가 왜 곤란한 질문을 하고, 장난으로 넘기면 될 문제를 크게 만들었을까.
결국 그날은 잠자리에 같이 누웠다.
여담으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선 다시 아빠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다고 한다. 그래도 삼촌보단 아빠가 더 좋다는 말은 안 바꿔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애써 무시하며 잠에 들었다.
아이들의 마음엔 개구쟁이들이 참 많이 살고 있나 보다. 내 마음엔 이제 심술쟁이만 살고 있진 않을까 반성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오늘도 아이들의 마음은 도통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