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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웨Manwe Nov 15. 2023

수면온도

이불 팡팡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 것일까. 나는 더위가 너무너무 싫다.

여름엔 안 그래도 못난 얼굴에 인상을 잔뜩 쓰고 다니면서 겨울이 오길 기다린다. 무더운 날에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은 물론이고, 햇볕이 내 얼굴에 비쳐 뜨거움이 느껴지는 것조차도 좋아하지 않으니 내가 생각해도 심각하게 싫어하는 것 같다.


여름이 오기 전 9시 뉴스에서는 전력 단가 동결로 인해 현실화되지 않아 한전의 빚이 늘었으니 인상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일기예보에서는 매년 그래왔듯 올여름엔 기록적인 폭염이 온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 무더운 여름을 올해는 어떻게 나야 하나. 작년엔 전기세를 울면서 냈는데 올해는 피눈물 수준으로 나오면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특단의 대책을 세우자 마음먹었다.


"여보, 인터넷 찾아보니까 요즘 냉온수매트라는 게 있다는데 전기세도 아끼고 좋대."

"얼마인데?"

"글쎄 제품마다 다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전기세 아끼는 부분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아."

"음.. 고민해 보자."


고민해 보자고 했으니 반은 허락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누군가가 그랬지 않은가. 허락보다는 용서가 쉽다고. 우리에겐 12개월 할부가 있으니 바로 지르자.


성능은 좋았다. 여름에 잘 때 켜놓고 자면 차가운 방바닥이 무한으로 생성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냉온수매트에 선풍기까지 가세하면 열대야로 잠 못 이룬다는 말이 남 일이 되었고, 5살짜리 큰 아들과 나는 이불을 걷어차내고 냉골 같은 바닥에서 아주 쾌적한 여름밤을 보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10월 달이 되었고,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돌아왔다.

여름 내내 바닥이 차가운 것에 적응이 되었는지 쌀쌀해진 와중에도 냉매트를 켜달라고 찡찡거렸고, 이불을 안 덮고 자겠다는 것이었다.


"안돼. 지금 너무 춥잖아."

"아냐! 바닥 차가운 게 좋아!"

"이제 곧 겨울이야. 새벽에 추워서 안돼. 너 감기 걸리잖아."

"아냐! 난 바닥 차가운 게 좋아!"

"온수매트 켜야 돼."

"아냐! 뜨거운 거 싫어! 차가운 게 좋아!"


무슨 얘기를 하든 돌아오는 얘기는 똑같았다. 하지만 질 수는 없지! 저놈의 고집은 누굴 닮았나 구시렁대며 잠들 때까지만 켜주고, 몰래 꺼버렸다. 우선 하나는 해결했고.


다음은 이불을 덮어주는 게 문제인데. 이불을 안 덮고 자야 된다고 디폴트값으로 입력이라도 되어있는 건지, 자는 도중에도 이불을 덮어주면 채 10분이 지나기 전에 귀신같이 발을 휘저으며 걷어차내 버렸다. 어쩔 수 없이 밤에 눈이 떠질 때마다 이불을 덮어주게 되었는데, 나의 무의식 속에 일어나서 덮어줘야 한다는 사명이라도 새겨져 버렸는지 한 시간에 한 번씩 잠에서 깨어나 이불을 덮어주고 있다.




우리 부모님도 날 신경 쓰면서 잠을 주무셨을 것이다.

여름철엔 덥지 않은지, 겨울철엔 춥지는 않은지. 이불은 잘 덮고 자는지. 잠을 설치지는 않는지.


오늘도 부모님을 생각하고, 이렇게 나도 부모가 되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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