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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웨Manwe Oct 11. 2023

우리 엄마, 아빠 좀 찾아주세요

나도 닮아가야겠다.

내리쬐는 햇볕에 아스팔트가 달궈져 아지랑이가 살랑살랑 피어오르는 뜨거운 한여름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하루종일 돌아가는 에어컨 탓인지, 아니면 다른 아이들보다 면역력이 유독 약한 것인지 여름에도 감기를 달고 산다. 그날도 어쩔 수 없이 콜록거리는 첫째 아들을 차에 태우고 단 둘이 병원에 가는 길.

사거리를 지나가려던 찰나 빨갛게 변해버려 내 차를 멈춰 세운 신호등을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경찰서다! 아빠. 경찰서예요!"

"어디? 아 저기 있구나. 날씨가 너무 뜨거워 경찰관아저씨들도 고생이 많으시겠네."


아이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니 도로 왼편에 조그마한 파출소가 자리해 있었다. 파출소 앞엔 버스도 여러 대 주차할 법한 큰 공터가 있어 제법 도로가에서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아마 앞에 서있는 순찰차를 쳐다보다 눈에 띄었나 보다.


'경찰관이 도둑 잡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만 해주면 혹시 아이들이 무서워할 수 있어. 혹시나 무서워서 길 잃거나 했을 때 울기만 하고 도움 요청도 안 할 수 있으니까, 나중에 기회 된다면 잘 얘기해야 돼'


얼마 전 아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파출소가 눈앞에 있는 지금이 바로 그 기회다 싶어 잘 말해줘야겠다 마음먹었다.


"경찰관 아저씨들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알아?"

"응! 나쁜 도둑들 잡아!"

한치의 망설임 없이 도둑 얘기만 하는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맞아. 그런데 경찰관 아저씨들이 도둑만 잡는 건 아니야."

"응? 그럼?"

"나중에 길 잃어버리고 엄마, 아빠랑 떨어지게 됐을 때 경찰관 아저씨한테 '우리 엄마, 아빠 좀 찾아주세요'라고 얘기하면 돼."

"좀 무서운데."

"무서운 분 아니야. 경찰관 아저씨께서 엄마랑 아빠를 꼭 다시 만날 수 있게 찾아주실 거야. 할 수 있지?"


바로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알겠다며 끄덕거리는 모습을 보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어느새 빨간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뀐 신호에 다시금 운전을 하고 있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곁에는 아직 건강한 부모님이 계신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기력이 떨어져 은퇴를 하시고, 그리고 또 한 세월이 지나게 되어 내 곁을 떠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어 힘든 날이 찾아온다면 나도 누군가를 붙잡고 엄마, 아빠 좀 찾아달라고 얘기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누가 됐든 무슨 대가를 치르든 간에 말이다.




그날은 싱숭생숭한 마음을 묻어두고 저녁 무렵 집에 전화를 드렸다. 저녁은 드셨는지, 별 다른 일은 없으신지 안부를 물어보고 전화를 끊었다. 다소 안정된 마음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도 아빠인 내가 곁에 있음에 안정감을 느끼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 곁에서 최대한 오래도록 흔들리지 않는, 지금보다 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자고 다짐했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 부모님은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셨다. 인생을 살아오며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애써 흔들리는 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주고자 노력하셨을 것이다. 쉽지않으셨겠지만 말이다.

나도 그런 부모님을 닮아가야겠다.



사진: UnsplashScott Rodg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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