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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출 박씨 Jun 10. 2021

보고싶은것만 보면 편하죠

1.구걸 한 돈으로 스타벅스 가는여자-1

 조연출 박씨는 방송이 하고 싶었다.  티비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티비 속 세상이 궁금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작정 상경 하여 외주제작사로 들어갔다. 조연출 박씨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한 케이블 방송사의 교양프로그램이다. 기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 속사정을 들여다 보는 프로, 쉽게 말해 남의 불행을 스토리텔링 삼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조연출 박씨는 강남의 유명한 교회로 가고있다. 기이한 형색을 한 여자가 24시간 교회 앞을 맴돈다 해서이다. 작가가 보여준 사진을 보니 강남 한복판에 이런 사람이 지나간다면 특종일거같기는 했다. 그래서 한참을 사진속 그 여자를 기다렸다. 더위로 지쳐 갈 때 쯤  사진 속 주인공이 나타났다!  


여자는 뜨거운 태양 아래  두꺼운  절 복을 입고 108염주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옷에는 의문의 한자와 영어가 써져있었다.  그리고 신발은 청테이프를 칭칭 감겨 있어 신었다기보단 그위에 올라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괴상한 차림새와는 달리 단정하게 쪽진 머리 아래로 해사한 얼굴이 보인다.


확실히 행색은 특이 하긴 했다. 허나 방송 아이템이 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그녀를 지켜봤다.

먼저 그녀는 교회 앞에서 구걸을 했다.


“자매님, 1000원만요~ 1000원만 주세요”


“형제님, 은혜를 베푸소서~”


교회 앞에서 절 복을 입은 그녀가 사람들을 붙잡으며 구걸을 했다. 예배를 보고 와서인지 사람들은 사랑이 넘쳤고 그녀의 구걸 수입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교회앞에서 절복을 입고 구걸이라니.. 뭐랄까 TPO에 맞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만원 정도 벌었을까… 갑자기 그녀는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강남 한복판을 터벅터벅 걸어 가더니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커피 한잔을 시켜 사색을 즐긴다. 아메리카노 향을 음미하며 대도시속 사람들을  마치 미술관 작품처럼 보고있다. 


이를 본 조연출 박씨 머리에는 

“구걸을 해서 스타벅스라니….구걸을 해서 스타벅스라니…. “ 로 가득찼다.


물론 삼각김밥 먹고 6만원 짜리 망고빙수를 후식으로 먹는 욜로족들이 있다. 하지만 구걸을 한 돈으로 스타벅스 커피 한잔을 사 먹는다?  조연출 박씨의 상식으로는 이해 할 수 없었다. 


만일 본인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 해본다. 아마 착실한 조연출 박씨는 구걸한 돈을 모아 노숙을 벗어나려 했을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월급 160을 받아 월세로 50만원을 내는 자신이 맞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 끝에 

역시 주거의 안정을 이루는 건 쉽지 않다는 무언의 공감대가 생겼다.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것이 더 합리 적이지 않은가? 그녀를 관찰 한 결과, 식사는 삼각 김밥 하나가 끝이었다. 근데  그 순간 머릿속에 오늘 본 댓글이 떠올랐다. ‘공짜 우유를 먹으면서 맛도 고르려 하냐’ 라는 댓글이었다.


 학교에서 일반 가정의 아이들은 추가의 금액을 보태어 우유의 맛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상 우유를 지원 받는 저소득 계층 아이들에겐 선택의 기회가 없었다. 이런 기사 밑에 달린 댓글 대부분 ‘기본적인것을 영위하게 해줬으면 취향 쯤은 양보 해라!’ 였다.


참 치사하다. 건강때문에 흰우유를 먹으라는것도 아니고 돈 아까우니 받은것에 만족하라는 저 말이.

고작 2-300원에 국고 타령하는 어른들이. 국고가 그리 아까우면 강바닥에 몇 조 씩 어떻게 부었단 말인가

근데 그 치사한 생각을 조연출 박씨 역시 하고 있었던것이다.

그녀가 구걸인 이라는 이유로 맥심 대신 스타벅스를 선택하는 그녀의 취향이 유별나다라고 생각한것이다.

여러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지던 그 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진짜 궁금해졌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다가가본다. 


‘안녕하세요. 000 방송사에서 나온 000 PD입니다. 잠깐 대화 가능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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