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한 직원의 자동 육아 휴직 사용을 법제화하려는 논의가 있습니다. 2024년부터 서울 성동구청과 부산 동구청에서 시범적으로 자동 육아 휴직을 시행한다고 합니다. 법으로 이 제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증가하는 육아 휴직 급여에 대한 대책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공공 기관에서 이런 노력을 환영합니다.
이전 글에서 자동 육아 휴직제의 장점을 말하면서 롯데의 사례를 얘기했습니다. 롯데는 왜 대기업 최초로 자동 육아 휴직제를 도입했을까요? 제 생각을 토대로 이 질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는 자동 육아 휴직을 고려하는 다른 조직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롯데의 주요 사업은 여성을 대다수 고객으로 하는 유통, 백화점, 관광 분야입니다. 여성 고객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와 반응이 사업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롯데는 여성 직원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롯데쇼핑의 경우, 2022년 기준 여성 직원 비율은 67%입니다. 남성 직원들도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성 직원들은 여성 고객들의 선호와 요구를 더 잘 이해하고 소통하며, 사업과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보완하는 데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롯데가 자동 육아 휴직제를 도입한 것은 여성 직원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막고, 유능한 인재를 유지하려는 기업의 자연스러운 노력으로 해석됩니다. 더불어, 여성 직원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직 내에서 여성 및 가정 친화적 제도에 대한 요구와 토론이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출산과 육아를 하는 직원들이 늘어날수록 유연한 근무 환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이는 조직 차원의 일과 가정 양립 제도를 강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고용노동부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 이외에도 자동 육아 휴직제를 도입한 다른 기업들이 있으며, 이들 중에서는 남성 직원의 비중이 높거나 주요 고객층이 여성이 아닌 기업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요 고객층이 여성이고 여성 직원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롯데가 자동 육아 휴직제를 고려하고 시행하는데 다른 기업보다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롯데에서는 2012년에 여성 자동 육아 휴직제도를 도입했고 같은 해에 다양성 헌장을 제정했습니다. 여기에는 남녀 간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점과 이 비전을 실행하는 일환으로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여성 친화적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 남녀 간 다양성을 존중한다. 여성은 오랜 기간 동안 남성중심의 조직문화 속에서 상대적 차별을 받아 왔다. 이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능력발휘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차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에 롯데 임직원 모두는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조직 내에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출산과 육아를 포함한 여성 친화적 제도시행에 앞장선다.
조직이 목표를 세웠다고 구체적인 제도와 실행이 따라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 육아 휴직과 같은 여성 친화적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조직의 전략적 틀에서 리더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일회성 시도로 끝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신동빈 롯데 회장은 육아 휴직을 포함한 여성 친화적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리더의 의지는 여성 친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기업의 성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바탕에 둔다고 생각합니다. 롯데가 처음 여성 자동 육아 휴직제를 시행한 2012년에는 이 제도가 사회적으로 생소하며 어려움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자동 육아 휴직제의 꾸준히 시행과 정착을 통해 현재는 다른 기업들에게 벤치마킹이 되고 있으며, 이는 조직의 큰 목표 틀에서 명시되고 리더의 의지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제도를 도입했을 때 그것이 직원과 조직 성과를 향상하는지 지 증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롯데에서 2012년에 여성 자동 육아 휴직을 도입한 이후 이를 지속하고, 2017년에는 남성 직원들에게도 이를 확대한 것은 이 제도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일부 자료에 따르면 자동 육아 휴직 제도가 직원과 조직의 성과 증진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롯데에서 2018년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의 배우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조사 결과, 육아와 가사 분담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추가적인 자녀 출산 계획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직접적인 업무 성과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가정생활에서 만족한 직원이 업무에서 더 나은 성과를 발휘할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유사한 사례로, 모션이라는 기업에서 육아 휴직을 쓴 남성 직원이 인터뷰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행복한 가정과 직원의 높은 성과는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직장에서 육아와 가정생활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이는 직원들의 직장에 대한 애정을 높이고 직원의 업무 성과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직원한테는 '금전적인 이득'이 물론 좋아요. 그런데 저희 회사 대부분의 제도는 직원을 비롯한 직원의 가정, 가족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복지를 지향하고 있거든요. 사람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임신·출산이 그런 시간이라고 보는 거죠. 그럼 실제로 배우자의 만족도가 굉장히 올라가요. 그 직원이 정말 몰입해서 일을 해야 될 때는 반대로 배우자가 조금 한 발 뒤로 물러서 줍니다. 그 순간 필요한 최대의 베네핏(benefit)을 제공하면 시간이 흘러 업무적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