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양이 10마리를 키우며 살고 싶어!
로로는 동물을 참 좋아했어. 아주 어릴 때부터 말이야. 엄마도 로로만큼 동물을 좋아했었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그렇지만 늘 우리 집엔 동물들이 있었던 것 같아. 쫑이 할아버지가 동물을 정말 좋아하셨거든. 기억나는 동물들을 읖자면, 시골집에는 한 마리씩 다 있다는 진돗개 닮은 똥개부터 발바리(품종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동네에 돌아다니는 작은 똥개는 깡그리 발바리라고 부른 거더라), 푸들, 요크셔테리어, 금붕어, 잉어, 앵무새, 염소 등등.
그중에서 로로도 만난 적이 있는 쫑이는 태어나자마자 우리 집에 와서 17년을 쫑이 할아버지 곁에 있어 준 녀석이지. 그래서 로로도 쫑이 할아버지라고 별명을 붙여줬잖아. 쫑이는 엄마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 집에 와서 식구 중에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이 제일 적은데도 엄마를 제일 잘 따랐어. 주말마다 집에 가면 꼭 엄마 품에서 곯아떨어졌었고 엄마가 속상해서 엉엉 울 때는 눈물을 핥아주기도 했지. 엄마는 4남매였지만 늘 집에서는 외로웠던 것 같아. 그때 엄마에게 제일 큰 의지가 되어주었던 게 쫑이였어. 그런 쫑이가 몇 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함께 쫑이 사진 보면서 울었던 것 기억하지? 엄마 옆에서 위로도 해주고 쫑이가 하늘나라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그림도 같이 그렸잖아. 엄마가 그때 로로에게 너무너무 고마웠어. 그리고 나의 딸과 조우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준 쫑이에게도.
쫑이 전에는 엄마가 초등학생 때 우리 집에 오게 된 샐리라는 푸들이 있었지. 정확한 나이를 알지는 못했지만 제법 나이가 들어서 만나게 되었어. 샐리 역시 식구 중에 엄마를 제일 잘 따랐어. 신기하지? (살면서 보니까 엄마가 동물들한테 인기가 좀 있는 편이더라고. 하하) 샐리를 항상 품에 안고 잠이 들었는데 따뜻하던 온기가 아직까지 생생할 정도야. 샐리는 밤마다 집을 나가 자유를 누리다가 새벽에나 들어오곤 했는데 결국 사달이 났지. 남편이 누군지 모를 새끼를 가져서 노산에 힘겨워하다 뱃속에서 새끼도, 샐리도 우리 곁을 떠났고 말았어. 샐리의 따뜻했던 품만큼이나 박스 속에서 시뻘건 피범벅을 해서는 차갑게 식어버린 샐리의 모습 역시 엄마가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까지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해. 동네 뒷산에 고이 묻어주고 가끔 너무 속상한 일이 있거나 친구들이 놀러 오면 꼭 샐리 무덤을 찾아가곤 했었어.
그래서 아마 몽글이가 우리 식구가 되기까지 엄마가 수없이 망설였는지 모르겠어. (몽글이 얘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함께하는 순간은 더없이 따뜻하지만 그 순간이 끝나고 나면 오랫동안 마음속엔 그리움이라는 방이 생기는데 그걸 감당하기에 로로가 너무 어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거든. (사실은 엄마가 더 이별에 익숙지가 않은 것 같지만)
얼마 전, 저녁을 먹다가 몽글이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우리 곁을 떠나면 어떡하지? 우스갯소리처럼 얘기하다 로로가 엉엉 울었던 거 기억해? 몽글이가 온 몇 개월 사이에 로로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끈끈하게 몽글이를 동생으로 받아들였구나 하는 생각에 기특하면서도 언젠가 찾아올 그 순간이 벌써부터 걱정되기도 했어. 그럼에도 너의 삶에 다른 생명이 함께 한다는 것, 그 생명을 책임져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생명으로부터 위로받고 웃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오늘 하루도 몽글이 화장실 청소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