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쯤 가고 있어? 아직 마음에 미련이 많고 외로워서 우리 곁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해.
오늘 남양이에게서 전화가 왔었어. 아빠도 남양이 기억하지? 우리는 성이 '남'씨인데 이름에 '남'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재밌어했잖아. 아빠가 남양이 꿈에 나왔다고 하더라고.
환하고 밝게 웃으면서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잘 가신다고 했다더라고. 너무 생생하고 아빠 모습이 좋아보여서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고 했어.
며칠 전 내 꿈에 나온 아빠는 엉엉 아기처럼 울고 있었거든.
그래서 내 마음이 더 안 좋았는데 내가 아빠 손을 잡아주려던 순간 꿈에서 깼지 뭐야. 난 꿈에서도 이렇게 한 발 늦고 말았네.
아직은 아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 그래서 버릇처럼 잠에서 깰 때 마다 아빠 장례를 치른 게 어쩌면 꿈이지 않았나, 내가 긴 꿈을 꾸고 지금 막 일어난 건가 하는 착각이 들 때가 많아. 그러고는 곧장 사진첩을 확인해. 아빠의 영정사진이 있는 장례식장 사진을.
아빠를 잊고 지냈던 그 숱한 밤들이 나를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아빠를 어떻게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하면 좋을까 아니면 어떻게 잘 떠나보내는 게 맞을까.
이 두 가지는 모두 지금 내게 필요하면서도 그 끝이 서로 마주보듯 다른 것 같아 난 어느 쪽을 바라봐야 할지, 어느 쪽을 향해 마음을 둬야 할지 잘 모르겠어.
그냥 우리가 잘 지내기만을 바란다는 건 내 이기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사실 가장 많이 들어. 뭘 먹고 있는게, 웃음 짓고 있는 게, 잘 자고 있는 게 이 모든 게 아빠에겐 힘들었던 일은 아니었을까 하는 죄책감이 마음에 조금씩 스며드는 요즘을 보내고 있어.
그러다가 문득 '일기'가 생각이 났어. 아빠는 어린 시절 내 일기를 참 자랑스러워했잖아.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6학년때까지 쓴 일기장을 끈으로 묶어서 한 뼘이나 되는 일기장을 늘 소중하게 생각해줬었어. 그건 내가 어른이 되어 살아가면서 아빠한테 가장 고마운 기억 중 하나야. 그래서 문득 이렇게 아빠에게 편지를 쓰듯 일기를 쓰다보면 아빠가 조금은 웃으면서 조금은 기특한 마음으로 나를 생각해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아직은 이 일기의 끝이 언제일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빠가 너무 그리운 순간마다 이렇게 내 마음을 남겨두려고 해. 아빠에게 이 글들이 이 마음들이 가닿기를 바라면서. 그게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지만 말야. 또 쓸께.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