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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Dec 20. 2021

웰컴 투 항암월드 55화

실화 소설

  월요일 아침, 수간호사가 미자를 찾아왔다. 


  “이미자님, 4인실을 희망하셨죠? 자리가 났는데 옮기시겠어요?”


  “네, 갈게요! 혹시 창가 자리인가요?”


  “아니요. 자리는 출입문 쪽이에요.”


  “그래도 갈게요!”


  “그럼 가시는 걸로 알고 4인실이 정리되면 다시 알려드리러 오겠습니다.”


  “네!”


  미자와 말을 끝낸 수간호사가 양에게 들렀다.


  “하양 님? 저 기억하시죠? 옆자리 분이 4인실로 이동하게 되셨는데, 여기로 새로 오실 분이, 지혼자 씨예요.”


  “네?”


  양과 금희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할머니가 왜 2인실을요?”


  “6인실은 너무 시끄럽다고 2인실을 쓰고 싶다고 하셨어요.”


  “…….”


  “지난번에, 그분과 불편함이 있어서 여기로 오신 걸로 기억하는데, 맞으시죠?”


  “네! 말도 안 돼요. 그 사람 때문에 6인실에서 2인실로 온 건데요!”


  양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네, 당연히 그렇게 생각되시죠. 안 그래도, 그래서 저희가 확인하는 겁니다. 그런데 오늘 다른 2인실은 비는 곳이 없어서… 그럼, 하양 씨는 지혼자 씨가 옆에 오는 게 절대로 싫으시단 거죠?”


  “네!”


  “알겠습니다.”


  “아마… 그 사람도 제 옆에 오는 건 싫을 걸요?”


  “지혼자 씨는 괜찮으시답니다.”


  “네? 제 옆자리도 좋다 했다고요?”


  “네.”


  “그럴 리가 없어요. 다시 물어보세요. 아무튼 전 절대로 싫어요! 그렇게 안 되게 해 주세요, 수간호사님.”


  “뜻을 잘 알겠습니다.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2인실 중에 비는 곳이 여기 밖에 없으면 저희도 곤란해서요.”


  금희가 폭발했다.


  “무슨 이런 법이 있어욧! 우리가 왜 비싼 돈을 주면서까지 2인실로 왔는데욧! 도대체 무슨 일을 이렇게 처리해욧!”


  “보호자 분, 심정은 이해하지만 병원은 병원대로의 사정과 원칙이 있습니다. 일단 더 알아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수간호사가 차가운 표정으로 나갔다.


  “끈질긴 악연이다, 엄마. 그치?”


  “무슨 이런 일이… 양아, 엄마가 알아보고 올게.”     






  잠시 뒤, 금희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양아! 양아! 지혼자 할머니, 말야!”


  “응?”


  “자기 발로 나오는 게 아니라 쫓겨나는 거래!”


  “그게 무슨 소리야?”


  “6인실의 환자랑 보호자들이 도저히 같이 못 지내겠다고 수간호사를 찾아갔나 봐. 그 노인네의 성격이 어디 가? 우리가 점잖으니까 그만큼이라도 참은 거지. 우리도 어디 무서워서 피했어? 더러워서 피했네! 왜, 우리가 여기로 오면서 6인실로 간 아줌마 있지?”


  “응, 나랑 자리를 바꿔 주신 고마운 분.”


  “그날 봤지? 환자랑 보호자가 자매야. 둘이 엄청 친하고 둘 다 성격이 보통은 아니거든. 지혼자 할매가 제대로 걸린 거지.”


  “어떡하지… 2인실이 여러 개 나는 날도 있더니, 오늘따라 딱 하나라서… 옆자리 분이 4인실로 안 가시면 좋을 텐데!”


  양은 미자의 마음이 움직이길 바라며 옆자리까지 들리도록 크게 말했다.


  미자는 아까부터 숨소리도 없이 조용했다. 하지만 조심스레 돌아눕는 소리로 봐서, 양의 이야기를 들은 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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