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설
토요일, 양의 과립구는 1,519. 지금까지 중 최고였다.
그러나 숨쉬기는 여전히 힘들었다. 핏 속의 산소량을 의미하는 빈혈 수치는 어제의 8.9에서 8.4로 내렸다.
호흡기를 하고 있으면 몸속의 산소 포화도가 100%에 가까이 올라가지만, 호흡기를 떼면 금세 90% 밑으로 떨어졌다.
결국 원석은 심전도 검사를 지시했다.
인턴 의사가 들어와 양의 가슴과 심장 쪽에 여러 개의 검사 장치를 붙이고 그래프를 뽑아 가자 곧 원석이 왔다.
“검사 결과는 괜찮군요. 골수 검사의 결과를 기다려 보죠. 혈색소도 지난번에 2봉을 수혈 받은 뒤로 8일 동안 8이상이었으니 이제 떨어질 때가 된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네.”
이날 오후엔, 미자가 6인실로 떠났다.
이연두가 퇴원하면서 난 창가 자리였다.
“드디어 창가 자리가 나서 다행이네요. 우리 애 때문에 너무 늦어지셔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별말씀을요. 항암제를 맞는 동안 옮겨야 하면 힘들어서 어쩌나 했는데, 하양 씨 덕분에 오히려 일주일 동안 다 맞고 갈 수 있어서 잘된 걸요. 거기다 창가 자리고요. 바라던 바예요. 훗훗.”
따라서 미소 짓게 만드는 웃음이었다.
“치료 잘 받으셔서 꼭 다시 건강을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래요, 아가씨도 얼른 나아서 우리 다시 행복하게 살아요. 꼭!”
미자는 밝은 얼굴로 떠났다.
잠시 뒤, 인공호흡기를 쓰고 침대에 누운 노인이 미자의 자리에 들어왔다. 의식이 없는 채였다.
“저 할머니는 70대의 급성 백혈병 환자시래.”
“아….”
옆자리는 금세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두운 표정의 나이든 남자와 여자가 바쁘게 오가고 나머지 한 무리의 남녀는 병실 문 밖에 어두운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깊은 얼굴 주름과 거친 손, 낡은 옷가지와 신발에 그들의 고단한 삶이 묻어났다. 겉모습은 하나같이 초라했지만 아픈 사람의 손을 잡고 울먹이는 구부정한 등 너머로 어머니를 위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아들딸이 다 효자, 효녀시다. 그치, 엄마?”
“그러네. 마음은 이해가 가는데, 너무 드나드니 걱정이네. 병실문도 저렇게 활짝 열어 두고.”
“나 이제 면역력이 좀 높아졌으니 괜찮겠지. 조금만 참아 주자.”
“그래도 계속 이러면 안 되는데.”
“나아지겠지.”
“그래야 할 텐데.”
금희는 걱정에 빠져 오후를 보냈다.
옆자리의 보호자에게 이야기해서 병실문은 되도록 닫아 두기로 했지만, 이날 저녁까지도 병실 안에는 늘 두세 명의 사람이 번갈아 들어와 복작거렸다.
양에게 설사가 찾아온 건, 밤이 다가올 무렵이었다.
사람들이 여전히 모여 앉은 모습을 보며 양은 화장실과 침대를 오갔다. 3번째인가 다녀오던 길에, 양은 사람들 사이로 낯익은 물건을 발견했다.
“엄마, 근데 저 전기 포트… 우리가 왔을 때 창가 자리에 있던 거랑 비슷하지 않아?”
“실은… 그거야. 그때, 우리가 오기 전날 밤에 이 할머니가 여기서 중환자실로 내려가셨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아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알아 버렸네?”
“아….”
“다시 돌아오실 줄 몰랐는데… 중환자실에서 손 놓은 환자를 다시 병실에 데려다 놓으면 어째… 우리는.”
“…그래서 가족들이 저렇게 많이 와 있구나, 밖에.”
이때 병실로 옆자리 환자의 주치의가 들어왔다.
가족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바람에 화장실을 다녀오던 양과 금희는 엉겁결에 병실 문 쪽으로 물러났다. 딸 하나에 아들 셋이 침대를 둘러싸고 사위와 며느리, 손주가 발치에 선 가운데 20대의 젊은 의사가 말했다.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밤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자식들이 어머니를 부르며 울부짖었다. 그들에게, 지금 어머니의 곁을 떠나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금희와 양은 조용히 병실을 나와 문 옆 의자에 앉았다. 잠시 기다려 줘야 했다.
그러니까, 그런 거였어. 여기, 2인실에 있던 아주머니가 6인실의 내 자리와 바꿔 준 이유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었다.
죽음에서 되도록 멀리 피하려던 서로의 선택이 맞물린 결과였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미처 알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어디로 가도 죽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결국 인생은 나에게 죽음을 보게 할 의도인가.
양은 여전히 옆자리의 할머니가 회복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아직 살아 있어. 아직 살아 있다고요. 포기하지 말아요!
아무도 듣지 못할 말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 양은 속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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