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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May 23. 2022

보이차가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보이차의 선택은 오로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데

보이차 중에 홍인은 1950 년대, 동경호는 1930 년대에 만든 차이다. 홍인은 70년, 동경호는 100 년 가까이 된 차라서 골동 보이차라고 부른다. 홍인은 시가로 억대, 동경호 등 호급차는 거래 가격을 추정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호급차나 인급차를 만들었던 시기에는 밀식 재배하는 다원차가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보이차는 중국에서도 변방에 있는 운남성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중국 사람들 관심 밖이어서 값싼 차였다. 그랬으니 차마고도를 통해 호남성 등의 흑차와 같이 티벳으로 보내지는 게 고작이었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홍인, 시가 1억이 넘는다고 한다


2000년 이전에는 밀식 재배 차인 대지차의 가격이 고수차보다 더 비쌌다고 한다. 고수차는 키 큰 나무에서 채엽하는 특성상 찻잎의 상태가 들쑥날쑥 균일하지 않아 상품성이 없었나 보다. 반면에 비슷한 여건에서 자라는 대지차는 차나무마다 생장 여건이 비슷해서 찻잎의 상품성이 좋아 보였을 것이다.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에 많은 백성들이 골고루 차를 마셔야 한다며 생산성이 낮은 고차수를 베어버리고 말았다. 고차수를 베어낸 자리에는 찻잎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지차가 집중적으로 심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재배된 대지차는 나중에 7542, 7572로 대표되는 숫자급 보이차의 원료가 되었다.


대지차라고 부르는 밀식재배 다원 차밭, 찻잎의 생장 여건이 균일해서 찻잎이 거의 비슷한 모양이 된다

.

키 큰 나무인 고차수는 가지마다 잎의 생장 여건이 다르므로 채엽한 찻잎의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1975년에 개발에 성공한 숙차는 보이차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되면서 보이차의 세계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숙차의 발효 기법이 날이 갈수록 개선되고 질 좋은 모차를 원료로 쓰면서 고급 숙차가 대세가 되고 있다. 사실 숙차가 나오기까지 생차는 녹차보다 쓰고 떫은맛이 많아서 대중들에게 외면받는 차였었다.


숙차가 보이차의 대중화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보면 고수차는 명차의 반열에 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2010년 이후 중국의 자본가들이 다른 차와 달리 재고의 부담이 없는 보이차에 관심을 가져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주목한 보이차는 수령 100년 이상되는 고차수잎으로 만든 고수차였는데 몇몇 특정 산지로 몰려들었다.


운남성의 차 산지 중 남쪽은 노반장, 북쪽은 빙도가 먼저 이름을 세상에 알려져서 수십 배로 값이 올랐다. 투자가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운남성 차산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름이 드러나게 되었다. 골짜기마다 특징이 다른 향미를 보여주는 고수차에 보이차를 즐기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0 년대 중반까지 대익패를 선두로 대지차 병배로 만든 차창 브랜드가 보이차 선택의 기준이었다. 그런데 2010 년 이후에는 차 산지를 따지는 고수차가 보이차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생산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노반장과 빙도가 넘쳐나는 걸 보면 차산지가 바로 브랜드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2019년도 봄차 kg당 가격을 보면 고수차 기준으로 노반장은 16000 위안, 빙도노채는 42000 위안으로 약 2.5 배 차이가 난다. 빙도 5채라고 하는 빙도 차구의 남박은 8000 위안,  지계는 8600 위안, 파왜 4800 위안, 나오는 4000 위안으로 책정되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동반산 서반산으로 구분되지만 멀지 않은 지역인데 모차 가격이 열 배나 차이가 난다.


빙도 노채 봄 차는 42000 위안 * 190원 /위안 = 798만 원이므로 357g 한 편에 모차 가격만 285만 원이 된다. 모차 원가에 제반 비용과 이윤이 포함되면 우리가 구입할 수 있는 빙도 노채의 가격이 얼마일까? 그런데 편 당 십만 원도 되지 않은 빙도차는 과연 어떤 차라고 보아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이전 차를 노차라고 부르는데 직접 소장하고 있지 않다면 차의 나이를 믿기가 어렵다. 브랜드 차는 모차를 주로 대지차를 병배 해서 만들어서 산지별로 다른 향미를 즐길 수는 없다. 고수차로 부르는 교목차는 산지와 수령, 채엽시기에 따라 가격과 향미에서 큰 차이가 난다.


8만 위안이면 1520만 원, 수령이 오래된 고수차 처물차의 빙도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숙차를 즐기는 분들은 이렇게 복잡한 보이차의 속 사정을 알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십중팔구는 결국 숙차에서 생차로 넘어갈 수밖에 없으니 이를 어쩌나 싶다. 모르는 게 약일지, 아는 게 병일지 보이차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스스로 내릴 수밖에.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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