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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May 27. 2022

차 생활의 목적

목표에 따라 일상생활이 달라진다

이제는 대학 출강이 지난 시절의 얘기가 되었지만 한때는 나도 겸임교수라는 교육자로 열정이 넘치던 사람이었다. 강의를 시작했던 대학은 국립대학교인 A였고 그다음은 입학 성적이 좀 떨어지는 B학교였다. A대학교에서 하던 수업은 가르치는 열정만큼 결과도 만족스러웠지만 B대학교는 달랐다.


강의 과목이 건축사라는 현직과 관련된 건축설계였었는데 A대학교는 한 학기에 세 개의 프로젝트가 가능했었다. 그런데 B대학교는 하나의 프로젝트도 제대로 마쳐지지 않았다. 건축이라는 전공은 고교 시절에 배우지 않고 대학교 과정부터 시작하니 두 학교가 다 출발점이 같다. 그런데 왜 그런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일까?


A대학교와 B대학교의 수업 결과가 판이하게 다르게 나오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A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에 익숙했지만 B대학교는 성적이 되는대로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A대학교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경쟁하며 자신이 바라는 성적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나는 B대학교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았다.

"혹시 여러분은 우리 학교에 꼭 입학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공부를 했나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두 학교가 수업의 성취도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오로지 자신의 목표점이 다른 데 있었던 것이었다. A대학교 학생은 입학부터 자신의 목표였고 수업에 임하는 태도도 스스로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지만 B대학교 학생은 성적에 맞춰서 입학을 했으니 수업도 성취 목표 없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나는 B대학교 학생들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설계 강의에 우선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강을 하면 2주 간 카네기 성공 이론을 주제로 학생들이 잊고 있었던 인생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보았다. 입학 성적에서 차이가 나지만 어떤 대학교도 건축 전공은 지금부터 배우게 되니 출발점이 같다고 할 수 있다.


등산에 비유하자면 동네 뒷산과 지리산은  출발점이 같지만 목적지에 따라 마음 가짐부터 다를 것이다. 동네 뒷산에 오르는 사람은 가벼운 마음과 준비물 없이도 출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는 사람은 굳건한 마음과 철저한 준비 없이 길을 나설 수 없지 않을까 싶다.


동네 뒷산은 올라가다가 옆길로 새기도 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되돌아오기도 한다. 그런데 지리산 종주에 나선 사람은 자신이 갈 코스를 명확하게 숙지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신의 일을 정하기 위해 전공을 선택한 것이니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하겠다.


B대학교 학생들의 수업 성취도 향상을 위한 카네기 성공 이론 강의는 성공적이었다. 학생들의 30% 정도는 수업 태도뿐 아니라 작업 결과에서도 A대학교 학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중에서 몇 학생은 다른 과목도 열심히 공부해서 상위권 대학교로 편입하기도 했으니 놀랄 일이 아닌가?


미국의 자동차왕이라고 부르는 헨리 포드는 이렇게 말했다.

"장애물이란 목표지점에서 눈을 돌릴 때 나타나는 것이다. 목표에 눈을 고정하고 있다면 장애물은 보이지 않는다. "



차를 마시는 사람도 목표가 있을 수 있을까? 그냥 차가 좋아서 마시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차에 매력을 느껴 공부를 하며 차 산지까지 다녀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차를 마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과 연계하여 삶의 바탕으로 삼기도 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어떤 일이라도 나만 좋아하는 것을 넘어 즐기고 나누면 삶이 풍족해진다.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삶에 임하고 있을까? 우리 사회가 차를 마시며 대화와 여유를 좀 더 가질 수 있길 바라며 차 생활의 즐거움을 글로 옮기고 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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