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보고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도 못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책도 떠듬떠듬 읽는 데 받아쓰기 시험을 본단다. 학교 갔다 온 후 바로 책가방 던져놓고 놀기 바빴던 나는 당연히 시험 준비는 해 본 적도 없었고 그야말로 평소 실력으로 시험을 봤다.
2PM의 노래 "10점 만점에 10점" 이 아니라 100점 만점에 10점.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공부를 한 적도 없는 주제에 10점이라는 점수는 왠지 엄마에게 보여줘서 안 되는 점수 같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짝꿍에게 이 상황을 어째야 좋을지 물어보았다. 그 담대한 친구는 나의 받아쓰기 공책을 북 찢어주었다.
'이런 담대한 아이를 봤나?'
그 아이는 정녕 크게 될 아이 같았다. 지금 뭘 하고 살고 있을까?
당황스러웠지만 감출 수 있으면 감추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소나기는 피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집에 가서 책가방을 던져놓고 평소와 다름없이 놀다가 집에 들어가니 엄마가 눈에 불을 켜고 이리 와서 앉아보라고 하셨다.
"오늘 받아쓰기 봤지?"라고 물어보셨다.
'헉? 어떻게 아셨지?'
엄마는 알림장에 적어놓은 <받아쓰기: 틀린 문제 고치기> 숙제를 보시곤 책가방을 뒤져 받아쓰기 공책의 찢어진 면을 확인한 것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의 용의주도함의 수준이란 정녕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가.
완전범죄는 어려운 일이다.
선생님께서 숙제를 칠판에 적어놓으신 걸 고대로 알림장에 따라 적어놓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얼띠기인 나는 그날이 제삿날이었다. 엄마는 공부는 못해도 좋으나 거짓말을 하는 것은 봐줄 수가 없다며 나의 미미를 거꾸로 들고 허벅지와 등짝을 사정없이 때리셨다. 분이 안 풀리셨는지 집에서 나가라며 하시곤 엄마가 입혀준 옷을 다 벗어놓고 나가라고 하셨다. 팬티와 러닝셔츠 바람으로 내쫓겼다.
하필, 옆집에는 나랑 같은 반 남자아이가 살았다. 눈치 없는 자식이 날 놀리기 시작했다.
'써글 놈, 지도 공부 못하면서...'
나는 대문 밖에서 울며 불며 잘못을 빌었다. 엄마는 얼마 안 되어 반성을 했는지 물어보시곤 나를 다시 받아주셨다. 지금 같아선 아동 학대로 신고당할 사건이겠지만, 그 당시에는 각 집마다 저녁이 되면 아이들의 곡소리가 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사건 뒤로 난 여전히 공부는 못했지만 거짓말은 못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거짓말을 하려고 하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와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캔]은 거짓말 천재에 대한 이야기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프랭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기를 치기 시작한다. 항공사에서 조종사로 위장하여 무임승차를 할 뿐만 아니라 회사 수표를 위조해 전국 은행에서 엄청난 금액을 가로챈다. 뒤를 쫓는 FBI와의 쫓고 쫓기는 한바탕 유쾌한 영화다.
주인공 프랭크가 어린 시절, 우리 엄마를 만났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