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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희 Mar 15. 2024

소심한 엄마의 복수

아침 8시 일어나 보니 아이가 먼저 일어나 학원숙제를 하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애기 짱이네!"

(난 아직도 6학년이나 된 아들에게 가끔씩 우리 애기라고 부른다.)

 그랬더니 아들은 시크하게 "엄마 물 좀~"한다.

나는 순순히 갔다 받쳐주었다.


어제 화이트데이에 친구엄마 사탕 선물 같이 골라주느라 살짝 늦었단다.

"엇? 근데 넌 왜 빈손이야?"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니

"엄마도 밸런타인데이 그냥 넘어갔잖아! 글고 친구는 엄카로 엄마선물 산 거야"

철부지 엄마인 나는 질투와 분노의 화염에 싸여 아들에게 쓸데없는 복수를 하겠다고 하찮은 으름장을 놓았다.

"헐. 그래도 그렇지!!! 친구 살 때 너도 좀 사지~~ 쳇쳇쳇!! 이제 간식으로 소금빵 안 사줄 거야! 흥흥 이제 빵셔틀 없어!"

 

그렇게 말한 게 24시간도 안 지나서 물을 대령하고야 말았다. 난 금붕어인가?

 

아침을 차려주고 아이가 찡긋 웃으며 양치 좀 가져다 달라고 한다. 그제서야 어제 복수다짐을 기억하고는 다시 으르렁거리며

"야~ 사탕도 안 사주면서 날 왜 이렇게 부려먹는 거야?"

아들은 "친구도 엄마카드로 엄마 사탕 산거라니까!!"억울하다며 어제 한 대답을 고대로 돌림노래한다.

"야! 걔랑 놀지 마! 엄마카드로 엄마사탕을 사다니"

나도 남편카드로 남편선물 산다는 사실에 조금 뜨끔했다.

 

그리곤 슬쩍 일어나 아들 칫솔에 내가 쓰는 아주 짭짤한 파로돈탁스 치약을 음흉한 미소를 띠며 발라서 대령한다.

"으흐흐흐~"

아들도 내 장난이 재미있는지 씩 웃는다.

"근데, 이건 왤케 짜?"

"나한테 양치심부름 시키면 계속 이 치약 발라줄 거야!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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