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차이가 만드는 오래보는 웨딩 사진
좋은 웨딩사진은 어디에서 나올까?
분위기 있고 매력있는 웨딩사진을 찍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뭘까, 3달 가까이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웨딩스튜디오를 시작해보겠다 선언한 뒤로 주변에서 많은 관심과 응원, 한편으로는 재촉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선뜻 일을 키우기가 쉽지 않았어요. 웨딩업계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재미있는 공간’을 섭외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재미있는 공간이 무슨 뜻이냐구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간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공간 연출은 웨딩 촬영에 있어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란 부분입니다. 자연스러운 포즈, 사진 톤, 전체적인 컨셉, 구도 연출 등 우리가 웨딩 스튜디오를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이 모두 공간의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인데요.
요즘 유행하는 스튜디오 호리존(*모서리가 둥글려져 있는 흰 벽)과 컬러배경 촬영을 진행해도, 그 규모가 중요합니다. 호리존이 낮고 벽과의 거리가 좁으면 깊이가 없는 flat한 사진이 나옵니다. 또 반대로 공간이 너무 크고 휑하면 웨딩사진 치고는 어둡고 딥한 사진이 나오죠. 이건 ‘공간의 크기’에서 오는 차이입니다.
또 웨딩 촬영과 같은 이벤트성 사진의 경우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 모델이다보니, 취할 수 있는 포즈에 한계가 옵니다. 물론 베테랑 작가의 역량으로 자연스러운 포즈들을 주문하고 새로운 구도를 연출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밋밋한 배경지 앞에서만 3시간을 내리 촬영하다보면 비슷한 사진과 구도들만 한가득인 경우가 있어 원본파일을 확인하고서야 ‘아차!’ 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공간의 컨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고요.
촬영 스튜디오에 걸터앉을 수 있는 커다란 창과, 포근한 소파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의 침대가 있다면 어떨까요?
아무런 포즈를 하지 않아도, 기대 서기만 해도 한낮의 햇빛이 한가득 들이치는 창가 앞에서의 연출 씬, 소파에서 마주보며 샴페인 잔을 들고 cheers!하는 씬을 상상하면 벌써 행복하네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설레는 손길로 웨딩슈즈를 신는 모습은 어떨까요? 이 자연스러운 구도에 작가의 디테일한 연출이 들어간다면 더할나위 없이 자연스럽고 예쁜 사진이 담기게 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원하는 사진에는 여러가지 톤과 결이 있지만 ‘웨딩’사진으로 카테고리가 좁혀지는 순간, 그 사진을 관통하는 메세지가 생깁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풋풋함이 담긴 ‘행복이 가득해 보이는 커플’이죠. 그래서 저는 웨딩 촬영 장소를 찾아나서기로 했습니다. 자연스럽고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을 연출할 수 있는 그 공간을요.
첫 번째, 층고가 높을 것.
두 번째, 유니크한 인테리어 포인트가 2개 이상 있을 것.
세 번째, 위 두가지가 서로다른 2곳 이상의 장소를 찾을 것.
이 세 가지를 코어 기준으로 두고 촬영 베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처음으로 포투아 마리아쥬의 촬영 베뉴가 된 곳은 ‘헤이즐’입니다.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가정적으로 해석한 공간입니다. 한국같지 않은 층고와, 그에 걸맞는 커다란 창이 2면으로 트여있습니다. 드레스 연출이 가능한 커다란 소파, 그리고 밝은 거실과 톤이 짙은 침실룸으로 이루어져 동선이 효율적이고 다양한 연출을 끌어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공간을 둘러보는 내내 즐거운 웃음 소리가 가득한 촬영 현장이 그려졌습니다. 창가에 걸터 앉아 마주보는 모습, 침대 옆 협탁에서 거울을 통해 서로를 보는 모습,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는 모습, 새하얀 드레스와 양장을 차려입은 멋진 커플의 행복한 모습들이요.
이 공간을 방문하게 될 미래의 신랑,신부님들이 저와 같은 설레임으로 두 사람을 위한 시작을 기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겁기만 하세요, 담는 건 제가 잘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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