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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마중 윤정란 Nov 11. 2024

책 읽어 줘.

나에게는 한 가지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어쩌면 이것은 소망으로 끝날지도 모를 일이지만.



해외여행을 하면 그 나라의 기념품을 하나씩 사 오게 된다.

냉장고 자석이 되기도 하고, 장식품이 되기도 하고, 볼펜이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사 오게 되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면 그 물건으로 추억을 하기보다는 자리만 차지한다는 느낌이 들어 결국에는 예쁜 쓰레기가 되는 것 같아 물건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물건을 보며 그때를 추억하며 행복해야 하는데 괜한 죄책감이 들어 여행의 추억이 퇴색되는 느낌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이제는 물건을 사기보다는 그 나라의 서점을 가보고 싶다.

그 나라의 언어로 되어있는 책을 구매해보고 싶다.

이것이 나의 소망이다.

뭐 별로 어려운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그 나라의 언어를 읽을 수 없기에 망설여진다.



일본 도쿄에 갔었을 때다.

우리나라의 알라딘 중고서점처럼 곳곳에 BOOK OFF였나. 이런 중고 서점이 체인점으로 많이 있었다.

궁금했던 나는 들어가서 구경을 하는데, 글씨를 읽을 수가 없으니 어떤 책인지 알 수가 없어서 어떤 책을 골라봐야 하나 한참을 서성이며 고민을 했다.

그러다 내 눈에 띈 책이 있었다.

느낌이 많이 본 것 같다.

우리나라 책인 것 같은 느낌이 팍 온다.

한국의 베스트셀러라고 적혀있기도 하다.

`아~~ 이게 무슨 책이었더라?`

궁금함에 파파고를 돌려본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이 책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책을 타국에서 보다니! 그 나라의 언어로 쓰인 책이 참 신기하고 뿌듯하고 기뻤다.

이거 우리나라 책이라고 그 서점에 있던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살 수는 없었다.

글을 못 읽기 때문에. 대신, 이렇게 사진으로만 남겼던 추억이 있다.



얼마 전 `마스다 미리 누구나의 일생`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아마도 검색하다가 궁금해서 읽게 되었던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며칠 전 에세이 쓰기 관련 책인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을 읽고 있는데 책 속에서 마스다 미리의 책이 언급되었다. 궁금해서 이 저자의 책을 찾아보니, 셀 수가 없다.

`이렇게 많은 책을 출간한 작가였구나.`라는 생각에 존경심이 들었다.



이 분의 책은 만화로 그려진 글밥이 적은 책이다.

갑자기 이 책을 일본에서 출간된 일본판으로 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저녁 식사를 하며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이 묻는다.

``엄마, 일본어 못 읽는데 어떻게 하려고?``

이 말을 듣는 순간,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어주고 싶었다.

마음과 달리 체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많이 읽어주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읽어주기는 했다.

아들이 읽어달라고 가져오면 마다하지 않고 읽어주기도 하고, 엄마랑 책 보자며 읽어주고 싶은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내가 그때 그렇게 열심히 읽어줬는데, 이제 네가 읽어주면 안 될까?`라는 마음이 들어,

``네가 읽어 줘.``라고 대답을 했다.



아들은 말없이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보이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들의 음성으로 읽어주는 책을 보고 싶다.



배우 신애라 님께서 성경 통독을 SNS에 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글을 읽을 수 없는 상황에 있을 때 목소리로라도 성경을 들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했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며, 아들의 목소리로 담긴 오디오북을 소장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매번 읽어주기 힘드니까 녹음해서 들려주는 것처럼,

청소년이 된 아이의 목소리로 읽은 책을 녹음하고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본다.

물론 나의 상상이라 아들이 해 줄지도 모르겠고, 일본어로 된 책을 언제 살지도 모르겠지만,

상상을 해 보는 것만으로도 사춘기 아들과 함께 연결될 수 있는 무엇이 생긴 건 같아 기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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