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태어나 처음 겪는 큰 슬픔을 느끼고, 나는 글로 도피했다. 우울함이 가득한 글을 쓰고 또 쓰며 속에 담긴 울분을 토해냈다. 오늘은 왜인지 그렇다. 울분을 토해내고 싶은 날이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다. 항상 벗어나기 위해서 쾌락을 좇고 뒤 쫓아오는 우울을 외면한다. 그러나 오늘은 외면하지 못했다. 뒤돌고 말았고, 나는 우울을 직면했다. 처지는 날이다. 신나는 노래를 들어도 기분이 돌아오지 않는 날이면, 슬픈 노래를 듣는다. 그런데 오늘은 슬픈 노래를 아무리 들어도 더 슬프지기만 하다. 오늘은 그런 날이라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데. 도망치던 용기 없던 지난날의 기억 탓에 나는 본능적으로 발버둥 친다. 그렇게 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우울함은 무엇일까.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왜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필요 없는 감정이지 않을까. 슬픔은 타인과의 공감활동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우울의 필요성은 대체 무엇일까. 우울하다는 것은 무엇이며, 나는 오늘 무슨 상태일까. 본능이 말하는 도망가라는 것은 무엇으로부터 도망가라는 것일까. 본능이 무엇으로부터 오는 경고라면 나는 경고를 무시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것일까. 아름다운 해수면에 매혹되어 걸어가다 보면 파도 한 번에 깊이 빠지듯, 나는 일상의 행복 속에서 한순간 물에 빠진 하찮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꿈틀대며 몸부림쳐도 올라오지 못하고 잠긴다. 깊이 더 깊이 잠기면, 나는 사라질 것인가. 사라진다. 또 사라져.
지금보다 감정이 선명했던 어릴 적에는 우울이 허구한 날 나를 괴롭혔다. 기복이 심한 감정 탓에, 골목 모퉁이에 세워진 승용차 뒤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숨어있었다. 그때 느낀 감정이 또렷하다. 나는 분명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확신했고, 나는 꼭꼭 숨어 나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갔다. 그렇게 한참을 숨고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제야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물론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고, 그 간절함을 꿈에 뭉쳐 무겁게 오르막을 오르며 굴린다. 세상에서 한 사람이 한순간 사라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겠지만, 세상이 한 사람을 버린다면 누군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애초에 세상은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면 이 말은 틀린 말이 되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어야만 될 것 같다. 간절하게 살아남기 위해 다리를 허우적 거린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공간이지만, 나는 또 언젠가 도움을 받고 말 것이다. 누군가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더 이상은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내가 있듯 존재하는 당신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