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이동하자. 지금 쓰는 글처럼, 신중하게 또박또박 나아가자.”
마음이 조급해지는 요즘. 눈앞에 보이는 것을 좇는 것 같지만, 나는 누구보다 먼 곳을 바라보며 달리는 듯하다. 급하게 달리다 다리에 힘이 풀려 더 이상 달리지 못할 때. 아직 멀기만 바닥의 흰 줄 하나를 보니, 눈앞의 불안함을 대신 짓눌렀다.
급하게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 하는 나는 모순적이게도 굉장히 게으르다. 그탓에 끝을 보기는 겁이 나고, 포기하고 끝내는 것이 대부분이라 천천히 나가아는 것이 어리숙하기만 하다. 지도를 알아도 길을 찾지 못하는 타고난 길치처럼, 이론을 알아도 나만의 방식을 찾는다. 나를 너무 믿은 나는 지금의 어린 나를 만들었다. 믿어주던 사람을 배신했고, 그런 나를 믿어주는 자신을 배신하기만 한다. 인간은 왜 이리도 이기적일까. 속죄의 마음이 떠나기도 전에 아픔이 먼저 다가오면, 쓰린 상처를 움켜쥐는 것에 급급하기만 하다. 처음 다친 마음이라 그런 것일까. 고통이 가시니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는 이미 떠난 자리에 머물 뿐이다.
언젠가···. 상처투성이가 된다면, 천천히 나아갈 수 있을까. 결국 도착지에 도착한 모든 사람들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된 사람들뿐일 지도 모른다. 처음 생긴 흉터 하나가 깊게 박힌 몸을 이끌고, 조금은 천천히 나아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