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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Apr 18. 2024

당신의 삶이라는 작품, 제목은 무엇인가요?

  제목은 글을 다 쓰고 붙이는 경우가 많다. 제목을 정하고 글을 쓸 때도 있는데, 이 경우는 극히 드물다. 드물다 못해 희박하다. 제목은, 내용 일부를 담은 이름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다 채워진 글에 제목을 붙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알맞은 제목과 글은 함께 만났을 때 서로의 완성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나의 삶. 그것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동굴을 걸어가는 것이다. 끝이 어디일 지도 모른 채 어둠 속을 걸어가다가도, 아름다운 순간을 목격하기도 하며, 걸음을 멈출 수는 없는 미로 같은 것.


  삶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죽음 하나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그 어두운 동굴 속에서도 가녀린 생명을 붙들어 희망을 심고 가치를 피어낸다. 공포에 떨면서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은 모든 생명의 본능일까. 죽음 앞에 필사적으로 죽지 않고 살아갈 이유를 찾고 또 찾는다. 자신의 본능이 본능대로 본능을 이끄는 것이다.


  시작과 결말이 정해진 글은 비교적 쓰기가 쉽다. 그러나 삶은 그렇지 않다. 나도 모르게 나는 태어났고, 나도 모르게 나는 죽는다. 시작과 결말은 정해져 있지만 그 누구도 제목을 알지 못한다. 내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 지를 알게 된다면, 시작과 끝 사이에 채워질 글을 써내려 가며 제목을 고민해 볼 수 있을까.


  삶 속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는 대화를 나누어 생각을 공유한다. 말은 퍼즐과 같아서 하나가 틀리기 시작하면 뒤틀린 듯 서로를 갈라놓는다. 끝에 다다른 대화가 멈추면 우리는 속으로 되뇐다. 이 사람 나랑 안 맞네. 그러면서도 우리는 또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형태를 변형시키고, 거짓을 토해내 퍼즐을 맞추기도 한다.


  왜 우리는 서로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만 싶을까. 이해하고 싶을까. 맞지 않은 퍼즐을 조각해서라도 끼워 맞추고 싶을까. 언제 죽을지 모를 세상이 외로운 것은 아닐까.


  본능이 만들어지며 이미 글은 시작 됐고, 죽음이 정해지며 글은 이미 마침표를 찍을 준비가 되었다. 어쩌면. 이미 제목은 정해져 있을 수도 있다. 당신의 이름으로.


  제목과 글은 함께 만났을 때 서로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누군가의 삶이 당신의 글이고, 글의 제목은 당신이다. 누군가의 제목은 그의 이름이며, 당신은 누군가의 글이자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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