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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RK Jun 22. 2021

치과 의사 너무 싫어요

치과 일기

“I hate dentists.” “치과의사 너무 싫어요.”

“I hate coming to the dentist.” “치과 가는 거 너무 싫어요.”

“I hate the needle.” “마취받는 거 너무 싫어요.”

“I just hate people working on my teeth. “그냥 누군가  이를 건드리는 게 싫어요 

 

이외에도 많지만 보통 새로운 환자가 나를 보자마자 하는 첫마디가 이런 부정적인 류의 말일 때가 꽤나 자주 있다. 기록하거나 통계를 해본건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짐작해 봤을 때 이틀에 한번 정도는 보는 거 같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아니라도 치과치료 또는 치과의사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환자들은 굉장히 많기에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 이러한 지나친 솔직함을 접했을 때는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시나 무뎌진 건지 일할 때는 감정의 스위치를 꺼서인지 아무렇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환자와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반응하게 되었다. 실제로 정말 이해가 가는 건 사실인 것이 나도 치과치료받는걸 (ironically) 극도로 무서워하고 싫어하기 때문이다.

 

여느 날과 같이 새로운 환자가 응급 진료/치료를 받기 위해 치과에 왔었고 그녀 또한 치과를, 치과의사를 매우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환자였다. 40대 중반 정도밖에 안되었던 그녀는 치아상태가 꽤 심각한 상황이었고 심한 치주염 때문에 거의 모든 이 를 빼야 하는 경우였다. 그날 환자가 찾아온 이유는 앞니가 흔들리고 불편한 상태여서 였다. 치주염 때문에 앞니는 바람만 불어도 빠질 것 같은 위태로운 상태였고 그날 이러한 앞니를 빼는데도 환자는 마취부터 발치가  끝날 때까지 남편 손을 붙잡고 심하게 떨었다. 이렇게 치과 공포증이 심한 환자들은 아플 때만 치과를 찾아오고 그것을 치료하고 해결이 되면 오랫동안 치과에 발을 들이지 않고 미루고 미루고 방치하다 또 아픈 데가 생기면 그것만 해결하는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이 흔한 편이다. 그래도 치과 스텝들과 나의 노력 끝에 첫인상이 나름 괜찮았는지 다행히도 그녀는 계속 치료를 받기로 약속했고 꾸준히 계획대로 치료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예약을 취소하고 몇 달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고 그야말로 사라져 버렸다. 차근차근 치아를 빼고 충치 치료를 하고 틀니를 계획했던 그녀는 치아 발치 과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혹시나 치과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숨어버린 건 아닌지 별에 별 생각을 다했지만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몇 달이 지난 후, 그녀가 다시 연락을 해왔고 반갑게도 치료 예약을 다시 잡고 예전 계획 그대로 이어나가고 싶어 했다. 치과 스텝들의 뛰어난 수다빨 (?) 또는 a.k.a. 소통능력 덕분에 환자에게 있었던 엄청난 삶의 변화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그녀가 그동안 우리 치과를 떠났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중에 제일 큰 변화는 이혼과 새로운 직장이었고 그녀가 겪었을 마음고생과 아픔의 크기는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그녀를 봐왔던 나는 용기를 내며 치료를 꿋꿋이 받는 그녀의 모습이 갸륵했고 이러한 변화를 겪었어야 했다는 것이 많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어떤 이유였던 간에 다시 돌아온 그녀가 마치 reunion (재결합) 한 것같이 반가웠고 새로운 시작에 응원을 하고 보탬이 되었으면 했다. 여태까지 내가 보았던 그녀답게 꾸준히 치료를 받았고 드디어 몇 달 후 틀니를 처음 끼우는 날이 다가왔다. 손거울을 건네주었고 처음으로 틀니를 낀 본인 모습을 본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Thank you, thank you so much”라고 내게 말했다. 치료받기 전 치주염으로 인해 흔들거리고 들쑥날쑥한 치아였기에 새로운 깔끔한 모습에 만족감이 더 컸으리라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 눈에는 그 순간 그녀가 최근 몇 달 동안 겪었던 어려움과 아픔이 스쳐 지나가는듯했다. 그녀의 힘듦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기에 나도 같이 뭉클했고 그녀의 새로운 시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그녀의 빡빡한 삶에 작은 희망 하나라도 심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보람 있었다. 

 

 한 번  치과의사 너무 싫어요”, “I hate dentists”라는 말을 듣는다면 나는 또다시 

 그러시죠? 괜찮아요, 그럴만해요. 전적으로 이해해요”, “Yes I know, right? It’s okay, that’s totally understandable”라고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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