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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션샤인 May 22. 2023

29도의 포근함

 

 여기는 사막의 나라라 여름철엔 24시간 에어컨 가동이 필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에어컨 온도를 27도로 설정해 놓고 잠을 청했다. 처음 잠들 때는 27도가 딱 좋지만 자다 보면 금방 추위가 느껴져, 어느 순간 에어컨을 끄게 된다. 그러다가 또 덥다 싶으면 에어컨을 다시 켜고, 온도를 26도로 낮춘다. 하지만 금세 썰렁해져 에어컨을 껐다가 또 켠다. 잠결에 이렇게 여러 번 에어컨 온도를 조절하다 보니 숙면을 취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차라리 창문을 열었을 때 조금의 시원한 바람이라도 들어온다면, 그 바람과 선풍기  한 대가 훨씬 더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 같은 여름엔 그건 불가능하다. 창문을 여는 순간, 축축한 찜통 열기가 들어올 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이전에는 잠결에 좀 차다는 느낌이 좋았다. 그래야 잠도 더 잘 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인가 '29도의 포근함'을 맛봤다. 사실 29도 정도 되면 덥기도 덥거니와 좁은 방에서 답답함을 느껴 잠에서 저절로 깰 만한 온도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잠에서 눈을 떴을 때, 그 가깝함이 굉장히 포근하다고 느껴졌다. 마치 어느 아늑하고 따뜻한 곳에 폭 싸여 있는 느낌이랄까? 어린 시절 엄마 품에서 느꼈던 원초적인 안정감... 뭐 그런 기분이 들었다. 자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으면 왠지 편안하고 행복하다. 그래서 굳이 에어컨 온도 조절을 하지 않고 그 상태로 버틴다. 잠을 자고는 있지만, 의식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렇게 있다 보면 몸이 그 온도에 적응해서, 곧 덥다거나 가깝한 느낌은 사라지고 푹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몸의 체질이 바뀌어서인가, 아님 더위에 대한 나의 느낌과 마음이 달라진 것인가. 하긴 사막에서  오래 살다 보니, 분명 체질이 바뀌긴 바뀌었을 것이다. 그게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그렇게 해놓고 자고 일어나면,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있다. 


아 찝찝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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