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옹 Jul 25. 2024

01. 우당탕탕 MZ신규교사 이야기

02. 성장통

때는 2023년, 교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눈물을 흘렸던 해였다. 갓 선생님이 되어 사회로의 첫 발을 즐겁게 내딛고, 아이들의 사랑과 존중을 꿈꾸었던 나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던 해였다.


- 정신적 소모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정신적인 소모가 불가피한 직업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다. 애초에 아직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성장통을 공감해주고, 해결책을 함께 찾는다는 것은 잊고싶던 나의 성장통과 흑역사를 곰씹어보기도 해야하고, 그리고 시간이 약인 성장통을 함께 견뎌줘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직업이고, 그리고 그렇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워서, 기꺼히 즐겁게 견딘다. 가끔은 버거울 때도 있다. 나의 개인적인 고민이 날 지배할 때도 있고, 나의 성장통이 아플 땐, 아이들의 성장통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걸 견디게 만드는 것은, 아이들의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 또는 소정의 월급이 보통 그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가끔은 견딜 수 없을 때도 생긴다. 누군가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야할 때가 보통 그렇다.


- npc가 되는 삶

 학생들 중에서는 자신의 성장통을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도움을 요청하며,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의 표시를 할 수 있는 학생이 있는 반면, 자신의 성장통이 성장통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미숙하게 자신의 날카로움을 뱉어내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그 대상 중 가장 만만한건 교사다. 교사를 한 인격체, ‘사람’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게임에서의 npc정도로 인식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걸 늘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가끔은 힘든것도 사실이다.  



- 존중과 성장이 함께하길

 상호 존중과 함께 성장, 교사가 그리고 학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쉽고 거창하지 사실상 이상적인 이야기이다. 교사에 대한 적절한 권위, 적절한 친근감, 인간으로서의 존중 이 세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한가지라도 무너지면 누군가는 상처를 받게된다. 비교적 어린나이에 교사가 되었고, 어쩌면 인생과업중 아주 큰 하나가 끝났다 라는 후련함이 들었다. 그리고 다가온 것은 책임감과 불안함이었다. 맡게 된 아이들에게 나의 미숙함으로 인해 피해가 갈까봐, 그래서 나를 원망할까 두려웠다. 아이들이 나한테 무언가 배우고 성장해야할텐데,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고민을 안고 은사님( 대학교 지도교수님)에게 고민상담을 했다. 교수님께서는 아이들에게 내가 열심히 사는 모습 그래서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가르침일 것이라 그랬다. 그때 당시에는 그냥 대충 흘려들었던 이야기였는데 일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아이들과 이야기 해보면 무슨이야기인지 알것 같았다. 내가 고군분투하면서 학교에 적응하는 모습, 수업의 질이 달라지는 모습, 생활지도의 디테일이 살아나는 모습. 나한테도 잘 보이지 않는게 아이들 눈엔 더 잘보이나 보다. 그걸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 아이들 모습에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자극받는 하루다.


작가의 이전글 01 우당탕탕 MZ신규교사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