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나는 드디어 5평 남짓한 원룸 생활을 청산했다. 비로소 더러운 집에서 탈출해서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었고, 왕복 1시간 반이 걸리던 출퇴근 시간은 30분으로 줄었다. 그로 인한 삶의 질은 10배 나아졌다.
2017년 겨울에 상경한 나는 2022년까지 여름까지 살았던 전세 6000만 원짜리 자취방이 있었다.5평이 조금 안 되는 한 뼘만 한 공간에서 나는 5년을 지내게 되는데 내가 이 집에서 오래 살았던 이유는 서울에서 이만한 자취방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저렴한 전세금에 관리금 7만 원이면 한 달을 지낼 수 있는 이 자취방만이 내가 저축을 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선택으로 다가왔다.
그 집은 정말 작았다. 싱글사이즈 침대가 방의 절반을 차지했고, 침대 옆에 빨래 건조대를 펴면 밥을 먹기도, 옷장이나 냉장고를 열기도, 화장실에 가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협소했다. 심지어 화장실은 한 사람이 겨우 서있을 크기여서 안에서 문을 닫으려면 몸을 비틀어야 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거기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저 조그마한 공간에 추억이 많다. 그래서 이사를 할 때 만감이 교차했었나 보다. 첫 자취방이 생겼던 기쁨도 생각나고,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외로웠던 생각도 나고, 그동안 사귀었었던 여자친구, 집에 놀러 왔었던 친구들. 그동안 쌓아왔던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에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텅 빈 나의 자취방을 돌아보며 그동안의 감사를 전했다.
이제는 이 집을 떠난다. 내가 이사를 결심한 이유는 그 집에서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워서였다. 그 자취방은 처음 입주했을때도 집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었다. 외벽에는 겨울철 결로로 인한 곰팡이가 번식했고, 자취방의 종이벽지는 노랗게 변해갔다. 그리고 욕실 타일은 하나씩 깨지면서 집 전체의 컨디션이 말도안되게 나빠졌다. 그래서 청소를 하더라도 늘 깨끗해지지 않아, 쾌적하지 못했다. 나는 깨끗한 집에서 살고 싶었다.
사람들은 보통 이사를 할 때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1. 좁지만 신축을 선택할 것이냐
2. 구축이지만 넓은 집을 선택할 것이냐
3. 멀지만 두 가지 모두를 잡을 것이냐
나는 무조건 1번이었다. 애초에 미니멀하게 생활하는 나는 짐을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집의 크기는 1순위는 아니었다. 내가 고려했던 사항은 회사와의 거리가 가까운지? 집이 깨끗한지 이 두 가지였다.
그리고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집은 회사 근처 세대 분리형 아파트였다.
세대 분리형 아파트란?
세대 분리형 아파트는 한 집에 두 가구가 살 수 있도록 세대를 분리한 아파트를 말하는데, 위의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듯합니다. 주로 중대형 아파트의 공간을 투룸 세대와 원룸 세대로 가벽을 통해 세대를 분리하고, 분리된 공간은 부분임대가 가능해, 임대 수익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옆 세대와 마주 칠일은 없나요?
☞ 현관이 두 개이기 때문에 직접 마주칠 일은 없습니다. 가끔 엘리베이터를 탈 때 마주칠 수는 있겠네요.
소음에 취약하지 않나요?
☞ 아무래도 가벽으로 메워진 공간이 있기 때문에 소음에는 취약할 수 있습니다만, 개인적인 생각에 일반 빌라 하고 크게 차이점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전입신고는 어떻게 하나요?
☞ 분리형 세대 아파트는 온라인으로 전입신고가 불가능합니다. 직접 동사무소에 가셔야 하고, 가서 분리형 아파트 전입신고 하러 왔다고 하면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전입신고는 테크가 붙습니다. 1001호였다면 1001-1호 이렇게요.
세대 분리형 아파트 단점은 없나요?
☞ 우선 일반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비해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군 더 나 분리형 아파트는 대출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금전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대 분리형 아파트 장점은 뭔가요?
☞ 저렴한 관리금에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저희 아파트에는 헬스장, 수영장, 사우나, 스크린골프장, 독서실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있는데 관리비는 7만 원 정도밖에 안 나옵니다.
이사를 한 날
2022년 8월 1일. 이사를 하던 날,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인생에 있어 가장 기분이 좋았던 날이 언제였는지 물어본다면. 그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한 하루가 아니었을까 싶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순도 깊은 성취감이었다. 힘든 타지생활에서도 언젠간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고자 하는 꿈을 꾸었고,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도 꾸준히 저축해 온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 그리고 5년이라는 나의 성장에 대한 증거처럼 느껴졌다.
내 기준에서 이사한 집은 완벽했다. 창문을 열면 펼쳐지는 고층 아파트의 멋진 전망과 지은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의 깨끗한 공간은 나의 행복을 배로 느끼게 했고 무엇보다도 4~5평에서 살다가 7~8평짜리의 집에 오니 집이 너무나도 넓어 보였다. 이사할 때 포장했던 박스에서 물건을 하나씩 꺼내서 정리를 하는데 분명 물건들은 내가 쓰는 익숙한 것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낯선 공간에 놔두니 그것마저 특별해 보였다.
이사는 빠르게 끝났다. 10시부터 바쁘게 움직여서 12시가 넘어갈 쯔음에는 이사가 모두 끝났던 기억이 난다. 짐 정리를 하고 있을 때. 기존 세입자, 공인중개사, 집주인이 같이 오셨다. 잡다한 이야기를 하다가, 잔금을 처리했다. 그리고 잠을 잤다. 아주 깊게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이사를 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커뮤니티센터에 있는 헬스장과, 수영장을 꾸준히 이용하면서 몸도 수영실력도 월등하게 좋아졌고 출퇴근 시간도 1시간 줄어들어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실제로 아파트에서의 생활을 경험하면서 왜 대다수의 국민들이 아파트를 고집하는지 알 것만 같다. 주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깨끗함에서 오는 쾌적함 그리고 아파트라는 소속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생을 주택에서 살아오신 우리 부모님도 2019년도에 아파트로 이사를 가셨는데 삶의 질이 10배가 향상되셨다고 한다. 이유는 나와 비슷하다.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아파트 단지라는 공간이 좋고, 잘 구성되어 있는 커뮤니티 시설과 그 공간을 항상 깨끗하게 관리해 주시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하신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 생활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세대 분리형 아파트는 그 장점이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조금 더 넓은 집에 가고 싶다는 꿈, 바로 옆의 투룸세대로 넘어가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보증금이 여기보다 2~3배가 높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