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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r 25. 2024

왜 집에서 구워먹는 고기는 맛이 없을까

삼겹살 기름에 구운 야채의 맛

요새 죽이 잘 맞는 친구와 함께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맛있는 것을 먹는다. 거창한 것은 아니어도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을 사 먹거나 가 보고 싶었던 가게에 가 보는 것인데, 신기할 정도로 코드가 꽤 맞는 친구라 재미있다. 이번에는 노량진 쪽의 삼겹살집에 가 보기로 했다. 서울 안에 가 보고 싶은 고깃집을 꼽다가, 노량진 쪽에 있는 것을 가 보게 된 것이다.




솥뚜껑 삼겹살 위에 고기를 올리고 그 고기 기름에 야채를 구워 먹는 메뉴가 있는데, 미나리와 콩나물, 고사리, 김치 등을 다양하게 구워 먹는 것이 매력인 가게였다. 솥뚜껑 위쪽 불이 강한 곳에 고기를 올리면 고기가 순식간에 익으면서 기름을 아래쪽으로 내보내고, 그 아래쪽에 구워 먹는 야채를 잔뜩 올려놓으면 뜨거운 기름에 야채들이 익는다.




사실 나는 이렇게 두꺼운 불판 위에 고기와 함께 고기 기름으로 야채를 구워 먹는 메뉴를 좋아하는데, 이전부터 가 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되지 않아 못 갔다.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그런지, 먹어 보니 역시나 맛있다. 비록 냉동 고기가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둘이서 고기 먹고 맥주까지 조금 먹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싸게 나온것도 좋았다.




그런데 먹다 보니 뭔가 조금 아쉬웠다. 집에서 하면 더 많은 양을 더 양껏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집에서 요리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생각이고, 답이 이미 나와 있는 생각이다. 사 먹으면 2만원인 음식을 3만원 들여 만들어 먹고, 다음 번엔 어떻게 하면 4만원 들여서 만들어 볼까 하는 그런 생각.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하며 어떻게 집에서 해 먹어 볼까 생각했다. 고기는 동네 식자재 마트에서 오겹살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어, 매대에 있는 것 중에 맛있어 보이는 부위를 골라 사 왔다. 문제는 야채다. 콩나물 무침, 고사리, 미나리가 필요하다. 일단 미나리는 한 줌만 있으면 되는데 한 단씩 판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집에서 남은 미나리를 이용해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일단 한 단을 사 보았다. 그 다음은 콩나물 무침과 고사리 나물. 생각보다 두 가지를 같이 파는 곳이 없어서 반찬가게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준이다. 결국 동네에 있는 백화점 지하에서 고사리와 콩나물 조금씩을 만 원 주고 샀다. 오겹살과 가격이 비슷하다.




그래도 한번 해 먹어 보자 싶어 집에 와서 큰 후라이팬을 예열해 기름을 두른 뒤 오겹살부터 굽는다. 고기를 강하게 구울 수록 연기가 꽉 차는 집 주방 특성상 적당히 불조절을 하다 보니 고기가 쪄지는 것과 구워지는 것 중간 단계에 있다. 고기가 적당히 구워지고 나면 먹기 좋게 썰은 뒤 옆에다 몰아 놓고, 빈 공간에 김치를 올려 같이 굽는다. 김치가 다 익고 나면 또 김치를 몰아 넣고 그 위에 고사리와 콩나물 무침, 미나리를 올린다. 미나리는 기름에 좀 문대서 기름이 잘 묻게 해 주었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나서, 드디어 먹어 볼 시간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사먹는 것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 오겹살이 너무 얇아서일까? 괜히 오겹살을 골라서 구워지면서 딱딱해진 껍질이 식감에 걸려서일까? 뜨거울 때 구워서 바로바로 먹는 삼겹살집과 다르게, 냄비에 한가득 구워놓고 천천히 식어가는 것을 먹어서일까? 냄비 안에서 한번에 완성해야 하다보니, 다른 야채가 익을 때까지 고기가 좀 더 바짝 익어서일까?




집에서 한가득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좋아도, 이상하게 사먹는 것 만큼의 맛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되던 간에 먹고 나서 돈 내고 자리를 뜨면 그만인 음식점과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시작도 마무리도 직접 해야 하는 집밥이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고기를 다 먹고, 팬에 눌어붙은 양념을 닦아내는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또 한번, 다른 가게에서 비슷한 음식을 사 먹어보고 싶다고.




집에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았지만, 역시 음식점에서 먹는 것 같은 맛은 나지 않았다. 2024 03,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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