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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Apr 03. 2024

네X버 부동산만 봐요

알아야 할 수 있다

외부에 베이킹 공간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서, 나는 일단 매물부터 찾아 보기로 했다. 그런데 여태 매물이라곤 대학생 때 자취방 찾아본 경험이 다인 나는 부동산 매물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를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한다는 것은 추진력을 급속도로 잃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고, 나는 내가 매우 심각하게 느낄 정도로 몰입도를 잃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베이킹 일정을 하고 사람들과 같이 피자를 먹으러 갔다. 당시 해방촌 근처의 자주 이용하는 공유주방에서 베이킹 일정을 진행하곤 했는데, 끝나고 나면 근처의 맛있는 것을 하나씩 먹고 가자는 생각으로 일정 후 시간이 되는 사람들과 근처 음식점을 가 보곤 했다. 일정 후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부동산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외부에 내 계획을 별다르게 말을 하진 않았던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고 이러이러한 공간을 찾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감이 하나도 없다 하니 그 사람이 해 준 말이 있었다. 네이X 부동산 찾아보시라고. 다 나온다고. 그 말을 듣자 내가 옛날에 알고 있었지만 생각하지 않고 있던 부동산 플랫폼이 떠올랐다. 분명히 그 이름을 듣고 나도 어디서 본 적이 있었는데 왜 기억하지 않고 있었을까? 아마 그때는 명확한 목적이 없이 이런 것이 있구나 하고 넘어갔기에 기억 속에서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X이버 부동산에서 매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다양하게 입력할 수 있었다. 월 보증금은 얼마, 월세는 얼마, 입지는 반지하나 1층, 지상 몇층까지. 지도 위에다가 매물 위치를 표시해 주니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입지를 확인하기에도 좋았다. 매물에는 부동산 연락처도 있어서 관련 내용을 전화해서 물어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정보가 정리가 되어 있어 나도 찾아 보면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왜 면적을 두개를 써 놓았을까? 아 배정된 공간은 이정도인데 이런저런 공간을 제외하면 실제 쓸 수 있는 공간은 이정도라는 뜻이구나. 혹은 건물의 층을 표시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었다. 매물을 올려 둔 부동산이 적어 둔 말들도 있었는데, 이런 설명들을 읽어 보는데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애초에 목표 지역으로 설정했던 을지로나 충무로 쪽 위주로 매물을 찾고, 매물의 부동산 연락처와 특징 같은 것을 엑셀 시트로 정리해 두었다. 그런데 매물을 검색하다 보니 실제로 올라와 있는 매물 이외에도 더 많은 매물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작업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매물을 찾아 다니던 사람이, 자기가 찾는 매물의 조건을 정리해서 부동산에 전단지처럼 돌리고 다녔다고 했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꽤 괜찮은 방법 같아서, 나도 한번 해 보기로 했다. 종이 한 장에 내가 원하는 매물의 조건을 적었다. 원하는 면적, 보증금과 월세, 지하나 엘레베이터 없는 고층처럼 진행 불가능한 조건, 전기와 수도 같은 반드시 필요한 조건, 처음 오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어둡지 않은 분위기의 장소 같은 선호하는 조건 등. 그런 매물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으로 전단지를 준비했다. 맨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지만 조금씩 알면서 매물을 찾아보다 보니 내가 원하는 조건을 정리하는데에도 도움이 되었기에, 그렇게 종이를 인쇄해서 을지로와 충무로 쪽 부동산을 검색해서 하나씩 돌아다니면서 종이를 돌렸다.




원래는 지도에 부동산을 검색하고 나오는 모든 장소를 가서 종이를 돌리려 했는데, 지도에 부동산으로 나오지 않는데도 간판이 있는 작은 부동산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도에 나오는 부동산이나 나오지 않는 부동산이나, 하나씩 가서 비슷한 말을 하면서 종이를 돌리고 오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똑같이 힘들었다. 인터넷으로 찾은 매물들도 생각보다 진전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부동산에서도 연락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매물을 찾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괜찮아 보이는 곳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간판 없이 여기에도 한번 들러 볼까 하는 생각으로 들어간 부동산에서.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정보들을 보니, 아는 것이 조금씩 생기면서 매물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2024 02, 서울 종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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