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내 마음에 들게 꾸며볼까
이런저런 과정 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복잡한, 바닥 공사와 전기 공사 가벽 공사 등등을 거쳐서 공간의 준비가 끝났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중간에 한번은 큰 문제가 터질 법도 한데 어떻게 문제 없이 잘 정리된 것을 보면 내가 운이 지독히도 좋고,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얼추 내부에 필요한 것들까지 모두 들여놓고 나니, 베이킹을 바로 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비품도 세척해서 올려놓고 이런저런 준비를 마치니, 공간 이용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공간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공간을 준비하는 것과 공간을 꾸미는 것은 다르다. 공간이 문제 없이 기능하도록 하는 준비가 이제 끝났다면, 이제는 공간을 꾸밀 차례였다.
사실 나는 이전부터 공간을 꾸민다면 이렇게 해 보고 싶다 생각한 것이 있었다. 클래식하면서도 앤틱하게, 한국이 아닌 유럽의 어딘가가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로. 내가 따라하고 싶다고 느꼈던 것은 일전에 독일 교환학생을 할 때 갔던 영국에서 본 것이었는데, 그때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근처에서 음식점 추천을 받아 갔었다. 조금 걸어가면 있던 그곳의 입구 근처에는 화분이 죽 늘어서 있고, 메뉴가 적힌 칠판이 세워져 있었다. 안쪽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벽을 군데군데 채우고 있는 액자와 장식들이었다. 다양한 액자와 장식들이, 벽 사이를 빈틈 없이 잘 채우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때 그 모습이 꽤 좋았던 나는 그 뒤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게를 찾아가기도 하고, 나중에 내가 가게를 하게 된다면 그렇게 꾸며 봐도 좋겠다 싶었다. 언젠가 그런 느낌의 가게를 하게 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비록 그때 내가 생각했던 그런 가게는 아니었지만, 좌우지간 가게라고 할 만한 것을 준비하게 되었으니, 내가 꾸미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진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두고 사진을 찍었던 것을 보면서 내 취향대로 꾸밀 준비를 해 보기로 했다. 템바보드 시공을 한 벽은 최대한 내 취향대로 공들여 꾸밀 생각이었기에, 안쪽의 벽 하나를 그렇게 꾸밀 생각이었. 똑같은 크기와 동일한 형태의 액자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각각 다른 사이즈의 액자가 좁은 벽에 다닥다닥 빈 공간 없이 붙어 있는 것. 일단 액자를 많이 준비하고 하나씩 하나씩 붙이다 보면 내가 생각한 것에 가까워 질 것 같아, 일단 액자를 많이 사 본다 부터 시작했다.
액자는 일반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포인트로 앤틱한 느낌이 나는 액자들을 써 봐도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저렴한 액자도 많이 사고, 그냥 액자 치고는 가격이 조금 있는 앤틱한 액자들도 샀다. 액자에 넣을 사진도 골라야 했는데, 나는 생각보다 사진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오픈 준비를 하고 있던 을지로 근처에 널려 있는 것들이 인쇄소 들이니 사진 뽑는 것은 쉽지 않을까 싶었지만, 알고 보니 대부분의 인쇄소 들에서는 대학교 과제 같은 포스터 사이즈의 큰 인화만 했고, 나처럼 작은 액자에 넣을 사진은 진행할 수 없었다.
사진 한 장 인화 하는데 그 배 이상의 택배비를 내고 인터넷으로 배송을 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가급적이면 직접 인화하고 바로 가져왔으면 했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았기에, 인터넷을 통해서 사진을 인화하고 나서 배송받기로 했다. 베이킹 활동을 하던 사진과, 여행가면서 찍었던 사진들 등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랐는데 그 중에는 화질이 너무 낮아서 인쇄가 힘들 것 같은 사진들도 있었다. 다행히, 업체에서 확인을 하고 나니 인쇄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액자도 준비되고 사진도 준비하고, 액자 사이에 시계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추시계까지 구매했다. 액자에 사진을 끼워넣고 벽에다가 착착 걸다 보니, 역시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것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생각보다 액자를 원하는 위치에 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액자를 걸 때 뒤쪽에 있는 걸이의 위치를 보면서 걸 수 없기에, 정확하게 자리를 맞춰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심혈을 기울여 액자를 걸 못을 박고 주위 간격을 조정해야 했다. 문제는 이 때 못을 잘못 박으면 벽지에 구멍이 생기는데, 나에게는 이것이 정말 흉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문제는 액자의 사이즈와 크기가 다르다 보니 액자를 빽빽하게 붙일 수 없고 좀 간격을 유지한 상태로 벌리게 된 것인데, 사실 이것은 넓은 공간을 액자만으로 채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나는 액자와 시계를 적당히 이용해서 배치 하면 공간이 내가 생각했던 그런 모습으로 딱 나올 줄 알았건만, 아무래도 현실은 많이 달랐다. 액자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지 않았고, 내가 계획했던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액자와 사진이 필요했다.
결국 맨 처음 내가 보고 싶었던 모습으로 꾸미기 위해 준비한 액자들로는, 넓은 벽의 벽지 위에 액자와 시계가 드문드문 박혀 있는 뭔가 허전하고 황량한 모습이 완성되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마 액자의 위치도 다시 배치하고, 꾸미기도 다시 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액자 한 번도 걸어 본 적 없는 사람이 꾸민 벽은, 뭔가 어수선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으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