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를 잃은 전체는 어떠할까
생각해 보니, 나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껏 나는 그들에게 나의 빛과 어둠을 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무언가를 해소하고 뾰족해지지 않도록 다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의 몸이 멀어진 상태에서는 나의 일상과 이야기들이 상당 부분 ‘생략’된다. 내 몸 안을 빙글빙글 돌며 밖으로 나가기 만을 기다리는 나의 이야기들은 방출되지 못한 채로, 다음을 기약한 채로 응어리지다가 결국에는 휘발된다.
그들을 향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 생략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서로의 이야기가 퍼져나가던 무대는 온데간데없고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한 나의 줄거리가 텅 빈 무대 위를 그저 흘러 다닌다.
생략 : 전체에서 일부를 줄이거나 뺌.
그것은 전체를 더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전체가 가지는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부를 잃은 전체는 밖에서 보면 명료하다. 하지만 그 일부를 이야기하고 싶은 나는 어떠할까. 가벼워졌을까, 혹은 아쉬워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