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박 Jan 28. 2024

둘째 주의 밤들

2024.01.08-14


질투라는 감정의 약한 빛과 짙은 그림자

240110


질투라는 감정은 상대방과 나를 비교하는 데에서 오고 어떤 사람의 마음을 전부 다 가지고 싶다는 조바심과 욕심에서 온다. 어떤 때에는 질투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그 감정을 직시하면 나를 앞서가는 사람의 그림자를 쫓아가게 되고 자연스레 상당히 먼 거리를 함께 뛰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떤 때에는 질투가 두 눈을 가려버린다. 그 감정으로 모든 감각기관을 덮어 놓은 채, 시커먼 어둠 속에서 주저앉기도 한다. 언제는 반짝였다가 언제는 어두컴컴해지는, 언젠가는 나를 나아가게 하고 또 언젠가는 나를 깊은 곳에 침몰시키는 저 감정이 문득 궁금해진다. 나를 대체로 자책하게 하고 체념하게 하고 서성이게 하는 저 짙은 그림자가 밉다가도 나를 감정적으로 단단하게 하는 저 약한 빛이 애틋하기도 하다.


익숙함에서 몇 걸음 물러서기

240111


점점 나를 감싸는 주변의 것이 나를 관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른 아침,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지루했는지 시선을 공허하게 놓아둔 채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서있다. 나를 자극하는 것들에게서 신호가 더디게, 그리고 약하게 흘러들어온다. 피부와 도시 사이의 피막이 조금은 두꺼워진 것일까, 그저 내가 시선을 안으로 돌린 것뿐일까.  


흔들리는 나뭇잎 위의 애벌레는 분명 모든 게 신기했을 것이다. 자신이 밟고 있는 나뭇잎도, 나무라는 자신의 세상도, 어쩌면 그 세상 너머의 하늘도. 하지만 어느새 주변의 것들에서 완전히 멀어진 후에 그리고 그 긴 시간을 고독했던 후에 새로운 존재가 되지 않았던가. 고대했던 모든 것들을 전부 만지고 향기 맡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지 않았던가.


감정다중작업

240113


오랜만에 만난 울적한 감정은 평소에 만나던 것과는 달리 더욱 차갑고 뾰족하다.


어느 추운 겨울날, 해가 자신을 숨기기 시작한 때에 자전거를 타다가 문득 슬픈 기분에 휩싸였다. 오랜만에 느낀 울적함에 순간 놀랐다. 요즘 대부분의 날들이 깊은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고 생각했지만 바쁜 나날들이 계속되자 그 감정들이 마음 한켠에 구겨져 있었다. 언제부턴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멀티태스킹(다중 작업)이 잘되지 않는다. 일을 할 때에는 물론이거니와 이제는 감정까지 다중적인 소모가 불가능해졌다. 그것이 더 좋은지, 혹은 좋지 않은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울적한 감정들은 더 슬펐다. 한껏 구겨져있던 감정들이 잘 펴지지 않는 기분이다.


타인의 친절

240114


적막함이 감도는 서점 안에서 코를 훌쩍이는 나에게 ‘괜찮냐’는 따뜻한 말과 함께 휴지를 가져다주는 점원의 걱정 어린 미소가 있었고 자주 가는 식당에서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주고 배웅해 주는 점원의 따뜻한 미소가 있었다. 나는 타인의 친절과 거기서 오는 따뜻함이 좋다. 나의 하루는 무겁게도 이동하는데, 뒤에서 그것을 함께 밀어주는 것 같은, 하루의 끝에서 그날을 되돌아봤을 때 아직 현상되지 않은 필름의 어딘가에서 곧바로 느껴지는 따뜻한 지점들이 좋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타인이다. 나의 친절이 누군가의 하루를 함께 밀어줄 수 있는, 되돌아봤을 때 느껴지는 따뜻한 여운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째 주의 밤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