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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하루 Jul 16. 2023

그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1월에서 5월의 기록: 외상 및 정형외과

4개월의 노년내과 로테이션을 마치고 외상 및 정형외과 병동으로 새로 배치가 되었다. 주로 보는 환자군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70% 정도는 기존 정형외과적 질환이 악화되어 입원하신 노년 환자분들이고, 30% 정도는 교통사고 등의 예상치 못한 외상으로 들어온 어린 환자들이 있다. 그러나 노년내과와 정형외과의 초점은 매우 다르다. 한 노년 환자가 미끄러워 넘어졌다고 가정하자. 노년 내과에 경우는 환자가 골다공증을 진단받은 적이 있는지, 혈액에 칼슘과 비타민 D 이 부족했던 건 아닌지, 넘어지게 된 이유가 복용하던 약물 들 중에 원인이 있지는 않은지를 먼저 검토한다. 정형외과의 경우에는 외상이 가장 우선이다. 골절이 있는지, 있다면 수술이 가능한지, 수술 후 항생제 사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통증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수술 후 어느 정도 움직임이 가능한지 등을 먼저 고려한다. 둘 다 옳고 그름은 없다. 다만 과에 다라서 우선순위가 다른 것뿐이다.


외상 환자들은 주로 응급 수술 후에 만나게 된다. 병동 약사는 환자가 수술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돌아온 후, 복용하던 약이 응급 수술로 인해 멈추진 않았는지 또 언제 다시 복용을 시작해야 하는지 검토한다. 예를 들어 혈압약 같은 경우에는 환자의 혈압만 괜찮다면 바로 시작해도 되지만 항응고제 같은 경우에는 출혈 위험이 있을 경우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경과를 지켜본 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정형외과는 기존의 인공관절이 외상, 감염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 환자들이 많이 온다. 외과적인 방법으로 감염 부위를 씻어내거나 괴사 된 조직을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하고, 내과적인 방법으로 알맞은 항생제를 선택하여 치료한다.


외과 병동에서 약사가 중점적으로 보는 방향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1) 통증 관리 2) 구역, 구토 관리 3) 혈전증 예방 4) 항생제 선택 5) 기존 약 관리. 수술 후 회복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진통제와 항구토제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환자가 진통제를 몇 번을 요구하는지에 따라 처방된 진통제가 충분한지, 용량을 변경해야 하는지, 다른 종류로 바꿔야 하는지 혹은 약물을 줄여도 될지를 확인한다. 주로 타이레놀로 유명한 파라세타몰 / 아세트아미노펜을 기본으로 투여하고, 추가적으로 약한 마약성 진통제인 코딘과 다이하이드로코딘으로 시작하여 강한 마약성 진통제로 단계적으로 올린다.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 같은 NSAID 계열은 환자의 연령대가 어리지 않는 이상 내장 출혈의 위험과 신장의 문제로 선호되지 않는다. 또한 통증의 관리와 진통제의 부작용 - 변비, 의존성, 섬망 등 - 이 균형을 이루는지 검토한다. 이 또한 연령대의 따라 매우 다른데, 기존에 마약 오남용의 전력이 있을 경우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보통 사람들보다 예민하기에 더 높은 용량이 필요하다. 이러할 경우 마약 치료 센터에 속해있는 전문가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자문 및 조언을 얻거나, 통증의학과에 협진을 요청한다. 항구토제 같은 경우 환자군의 따라 쓸 수 있는 약 종류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복용하는 약들이 특정 항우울제, 항정신병제, 항생제와 같이 심장박동의 변화 (QTc prolongation)를 줄 위험성이 있을 경우  온단세트론과 같은 세로토닌 (5HT3) 수용체 차단제 계열의 항구토제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노인 환자의 경우에는 낙상의 위험이 높으므로 졸음을 유발하는 항히스타민 계열의 항구토제 또한 유의하여 써야 한다. 혈전증은 외과 수술 후 가장 흔히 발생하는 심각한 합병증 중 하나이다. 정맥에 혈전이 생길 경우 뇌로 가면 뇌졸중, 폐로 가면 폐색전증 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골절의 위치가 어디였냐에 따라 항응고제의 기간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는 주사제로 처방이 되는데, 어떤 종류를 사용할 것인지 또한 환자의 피검사 결과와 사회적 이력 및 병력에 따라 달라진다. 환자가 수술 후 히모글로빈과 적혈구 수치가 현저히 낮을 경우에는 추가적인 출혈 위험을 높이는 항응고제를 잠시 중단하고, 수치의 심각성에 따라 적혈구를 수혈하기도 한다. 또한, 피검사에 나온 신장 상태에 따라 항응고제의 종류와 용량을 정한다. 마지막으로는 항생제의 선택이다. 뼈와 깊은 조직 감염에서의 항생제 사용은 다른 장기와는 다르다. 감염 위치의 특성상 뼈 내로 침투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용량에 비해 높은 용량을 사용해야 하며, 이에 환자의 신장 기능과 몸무게 등을 검토하여 용량을 정해야 한다. 만성 감염의 경우 이미 기존 사용되었던 항생제들이 내성을 띌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의사에게 감수성 검사를 요청한다. 이 검사를 통해 어떤 세균이 배양되었는지 알 수 있고 해당 세균에 내성이 없고 효과적인 항생제를 찾는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자살 시도 후 온 젊은 여성 환자가 있었다. 기존 정신병이 악화되어 환청, 환시로 인해 응급실로 들어온 케이스 었다. 발목 골절과 손목 신경상이 있었는데, 여러 번의 외과 수술로 인해 퇴원 후 최소 한 달은 더 항응고제 주사를 스스로 맞으셔야 했던 경우였다. 그러나 환자의 병력으로 인해 주사제는 적합하지 않다 판단했다. 이에 병동 의사에게 경구로 나오는 항응고제 (DOAC)를 선택지로 제시하였으나, 외과 수술적 용도로는  슬관전 저치환술 (Total Knee Replacement), 고관절 저치환술 (Toal Hip Replacement)를 제외하고는 허가 외 사용 (off-license)이기 때문에 혈액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의 협진을 요청했다. 다행히도 1개월 남짓의 입원 기간 동안 정신과적, 외과적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주사제를 놓을 수 있게 되었다. 환자의 아들은 환자가 입원해 있는 동안 국가에서 맡아 관리했으며, 앞으로도 가정 및 육아 환경의 안정성이 주기적으로 검사될 예정이다.


외과는 내과와 다르게 단기 입원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환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한두 번뿐이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모든 일상이 중단된 채 병원에 들어와 있는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약사로 기억에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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