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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년교생 Dec 26. 2022

우리 아이, 고등학교 생활 챙기기

현직 교사가 제안하는 가정 내 학습 코칭

다른 건 안 바라고 국립대 정도만 보내면 좋겠는데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매 학기 초,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성적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듣게 된다. 좋은 점수를 받아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 아니, 거기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제 홀로 앞가림은 하며 살아갈 만큼 공부시켜 대학 보내는 것은 어쩌면 모든 학부모의 공통된 소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고, 공부를 좀 더 잘하게 될까. 


나의 경험과 주변 선생님들의 오랜 경험에서 몇 가지 공통되는 것들은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은 보통 가정에서의 차이에 의해 벌어지는 것들이었다. 오늘은 '보통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를 위해 집에서 챙겨주면 좋은 몇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매 학기 초, 아이에게 행정/장학 안내를 꼼꼼히 물어보라.


학교행정은 방학에 쉬지 않는다. 특히 장학 및 진로 관련 사항은 학기 시작과 동시에 안내, 조사, 취합, 실행이 며칠 내로 이루어져야 하기에 방학 내내 학교에서는 개학에 맞추어 생각보다 정말 많은 것들을 준비한다. 그래서 개학일, 더 나아가서는 개학주까지 담임은 학생들에게 수없이 많은 내용들을 안내하고 공지한다. 그나마 최근엔 학급 단톡방이나 전체 알림 문자,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정보 공시가 다양화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굉장히 많은 내용들이 구두로만 안내된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는 더 이상 초등학생처럼 알림장을 쓰지 않는다.(실제로는 지금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지만.) 당연히 그 많은 안내 중 대다수는 우리 아이의 한쪽 귀로 들어와서 한쪽 귀로 나간다.


학기 초에 안내되는 중요한 내용 중에는 대학이나 교육청, 외부 장학기관에서 주관하는 여러 행사들도 포함된다. 꼭 모든 내용이 가정통신문으로 주어지지는 않는다. 가정통신문으로 안내가 되는 내용들은 보통, 모르거나 하지 않으면 학교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들이다. 자녀의 보다 나은 학업성취나 진학/진로 관련 정보는 가정통신문으로 안내되지 않는다. 사안에 따라서는 단체를 대상으로 그렇게 안내할 수 없는 내용일 수도 있고, 안내를 한다고 하더라도 발행해야 하는 가정통신문의 양이 너무나 많아진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우리 지역 시립 교향악단에서 음악 전공 희망자를 대상으로 콩쿠르와 단발성 무료 레슨을 진행한다는 안내 공문이 왔다. 이런 내용을 관리자 결재까지 받아가며 전교생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보통은 공람으로 적당히 담임교사가 열어보고 치우는 식이다. 대략 이런 내용들이 한 주에만 이십 여개는 넘게 쏟아진다. 여러 사정 때문에라도 학교에서는 빠짐없이 안내를 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조종례 시간에 아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정말 많은 정보가 허투루 사라지는 것이다.


혹시, 당신이 생기부나 학종에 많은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여기서 이렇게 물으실 수도 있겠다.


교외활동은 생기부에 기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다. 그러나, 생기부에 기록하지 않는다고 하여 우리 아이에게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원을 보내는 것도 생기부에 기록된다고 보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만약, 당신의 자녀가 아직 명확한 진로가 없다거나, 진로가 있더라도 부모가 아이의 희망 진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을 때는 이런 행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생각해 보자. 만약 공대를 나온 당신에게 아이가 경제학과 진학을 희망한다고 할 때, 당장 어떤 교과 공부나 활동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해야 할지 쉽사리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경영대를 나온 당신에게 아이가 전자과와 전기과의 차이점을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해질 것이다.


학부모가 꼭 챙겨봐 줘야 하는 행사 중에서 시도교육청 주관의 '진학박람회'가 있다. 대게는 해당 지역거점국립대와 협력하여 진행되며 전국에서 수많은 대학들이 모여서 부스를 개최하고 학과의 커리큘럼과 수시 평가 시 중점사항, 작년도 입시 결과에 대한 분석, 현재 생기부 분석 및 학습 코칭등을 진행한다. '진학'이 적혀있다고 고3용이라 오해하지는 말길 바란다.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중학생 자녀 손을 끌고 부스를 전전하는 학부모도 제법 많다. 이미 생기부와 내신이 확정된 고3이 되어서 진학박람회를 기웃거리기엔 늦은 감이 많다. 꼭 미리 함께 손을 잡고 가서 학교와 학과 정보를 세심하게 묻고 찾아보길 바란다.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맡겨 둘만큼 당신의 자녀가 총명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2. 복습을 하는 것은 '뒤처지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 '선수학습 결손'이 학교의 주요한 이슈가 되었다. 여기서 선수학습이란 현재 학년에서 배우는 내용과 관련하여 이전 학년에 배운 내용을 말한다. 일반고를 기준으로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선수학습 결손을 겪는다. (대도시의 상위 학군에서 받은 내신등급이 아닌 한) 2~3등급대의 비교적 모범생들도 이런 점은 마찬가지이다. 만약, 자녀의 성적표에서 다른 과목은 괜찮은데 특정 과목만 5등급 밑으로 무너져 내려있는가? 그렇다면 대게 특정 과목의 선수학습이 결손된 경우다. 특히, 교과내용이 위계성을 갖는 수학이나 과학교과의 경우 선수학습의 결손이 종종 발생한다.


걷기를 배우지 않고 달리기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배움의 차례'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런 상황에서 부모는 조바심과 위기감을 느낀다. 고등학교에 올라간 우리 아이가 중학교 책을 펴고 있는 것을 보면 어딘가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무리해서 선행학습을 더 잘 시켜서 '지금부터'라도 잘 배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전략이 통하느냐의 여부는 교과마다 다르다. 학습 내용이 수평적으로 놓여 있다면 이런 '밀어붙이기'가 조금은 통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이과' 과목들에는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학년이 올라 갈수록 '예전에는 꽤나 잘했던' 우리 아이가 '가정의 든든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무너지는 경우는 보통 이런 경우다. 아이가 문제를 푸는 족족 빨간 비만 내리는 문제집을 보며 차츰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고 무력해지는 것은 덤이다. 아이는 절대로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이런 무기력이 차츰차츰 쌓이다가 임계점을 넘어가면 주저앉는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않고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을 시키다 보면 '우리 아이가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아이의 성적표를 볼 때, 차근차근 어디서 무엇을 왜 틀렸는지 물어보라. 그리고 반드시 학습의 과정을 짚어가며 부족한 선수학습을 채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초등학교 과정이라도 다시 보아야 한다. 필요한 것을 채워가며 '완성'을 시켜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방법이다.



3. 책을 읽는 것은 노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책을 얼마나 읽을까? 여기서 '책'이라고 함은 참고서나 문제집 말고, 순수한 발간물로서의 책을 말한다. 고등학교 국어과에서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라는 활동을 한다. 교과활동 속에 학생들에게 자발적으로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책 한 권을 읽게 하는 것이다. 수업시간 동안 아이들은 실제로 얼마나 책을 읽을까? 자유독서가 일어날 수 있도록 교사가 앞에서 책 읽기 시범을 보이고, 학습지나 다른 자료로 독서 흥미를 최대한 이끌어내도 일반고에서는 2/3 이상 학생이 도중에 책 읽기를 그만둔다.


책 읽기를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책에 흥미가 떨어져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고, 책이 어려워서 읽기를 그만둘 수도 있을 것이다. 독서교육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유독서(혹은 자발적 독서)는 학생이 도중에 책을 변경하거나,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거나, 책의 일부만 읽고 넘기는 등 스스로 상위인지를 활용해 독서활동을 제어하는 것을 매우 바람직하게 본다. 하지만 실제 교실에서 일어나는 읽기 중단은 이런 '이상적인 읽기 중단'이 아니다. 그저, 잠을 자거나 밀린 학원 숙제를 한다. 왜 책 읽기를 그만두냐고 물으면 대다수 아이들은 '책이 생각보다 어렵고 잘 안 읽힌다'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은 대다수 '책 한 권'을 읽을 줄 모른다.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하위권의 이야기일까? 아니다. 2등급권의 준수한 성적을 얻는 학생들도 그러하다.


독서능력은 아이의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당장 대입에 직결되는 능력이며 좀 더 나아가서는 직업환경에서도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문과 기준 상위권 직업으로 대우받는 변호사만 하더라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LEET 시험은 언어능력에 의해 점수가 좌우된다. 언어능력은 국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언어가 쓰이는 곳이면 모두 해당된다. 좀 더 나아가서 기호를 해독하여 논리를 구성하는 활동 또한 언어능력에 해당된다. 컴퓨터공학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전산언어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그럼 독서능력은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 독해력 내지는 문식성(Literacy)이라고 불리는 이 '독서능력'은 언제나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아 들고서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올바른 학습법에 대한 학문적 이론은 매우 방대하고 다양하겠으나, 돌고 돌아 말하는 바는 다독, 다작, 다상량이다. 아이의 언어능력을 향상시기키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게 해야 한다.


수능세대 학부모라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독서 능력은 국어 비문학을 많이 풀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내용이다. 수능 국어 비문학은 시험 상황을 가정하여 가공된 매우 정련된 단문의 설명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글은 이보다 훨씬 체계적이지 못하고 다양하며 역동적인 상황에서 주어진다. 따라서 수필, 소설, 기행문 등 문학과 비문학 텍스트를 아울러 다양한 글을 폭넓게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당장 아이에게 어떤 책을 추천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청소년 잡지부터 구독해볼 것을 권한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지문'이 다루어지는 대부분의 시험에서는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기 마련이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2020년과 2021년, 국어 모의고사에서는 mRNA와 효소에 대한 내용이 주로 출제되었다. 문과생이더라도 관련 내용을 미리 읽어두고, 모더나와 화이자에서 개발한 새로운 방식의 백신이 어떤 기전인지를 알고 있었던 학생은 해당 지문을 매우 수월하게 풀었다. 짧은 시간에 독서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싶다면 이런 배경지식을 넓히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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