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 - 이슬람 여행
우리 한민족은 기마 민족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고구려 이후에는 대부분 한반도 안쪽에서 살아왔던 정착 농경민족에 가깝다. 유교를 기반으로 불교, 기독교의 영향을 크게 받은 현대의 대한민국 사람들과 만 삼천 킬로나 떨어진 모래와 붉은 돌이 가득한 아라비아 사막에서 시작된 이슬람은 사계절이 있는 푸른 산이 가득한 땅에서 살아온 우리와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인간이 살아가기 힘든 사막은 예절도 문화도 식생활도 거칠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은 기독교와 유대교와 같을 뿌리를 가지고 있는 종교로 공통적으로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믿는 종교이다. 종교학자들은 아브라함을 기원전 20세기 정도의 사람으로 추측하고 있는데, 당시의 역사서라 할 수 있는 성경에서는 아브라함이 인간 최초로 하느님께 제물을 바쳤다고 한다.
아브라함은 본처와 자식이 없어 첩에게서 첫 번째 아들인 “이스마일”을 이후에 본처에게서 “이삭”을 낳았다고 한다. 이슬람은 첩의 아들이지만 장자인 이스마일, 유대교와 기독교는 장자와 관계없이 본처의 아들 이삭의 핏줄을 중요시했다.
이슬람은 무함마드는 이스마일의 후손이라고 말하며, 기독교는 예수는 이삭의 후손이라고 한다. 유대교는 이삭을 약속의 자녀라고 하며, 자신들은 이삭의 피를 이은 야곱의 자손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세 종교는 종교마다 약간씩 내용이 다르지만 구약성서를 공유하고 있어 문화적인 유사점이 많았지만 기독교는 지중해의 주류 종교가 되면서 대중화되었고 많은 전통을 타협하여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종교가 되었지만 이천 년간 기독교인들에게 박해받았던 유대인들과 오늘날 가장 핍박받는 종교인 이슬람은 아직 오래된 전통들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인간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인 식생활을 보면, 정착 민족 로마인의 보편적인 종교가 되어 돼지고기를 허용한 기독교와는 달리 이슬람과 유대교는 특정한 공간에서 성직자나 전문적인 업자가 전통적이고 엄격한 기준으로 도축한 고기만을 먹을 수 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문어와 오징어 같은 비늘이 없는 해산물도 먹지 않는데, 세 종교가 공통적으로 존중하는 구약성서에는 여라 차례에 걸쳐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지 못하는 음식이 적혀있다.
“새김질하는 짐승이나 굽이 갈라진 짐승이라도 다음과 같은 것은 먹지 못한다. 낙타는 새김질은 하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았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레위기 11장 4절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유목민은 양과 소들이 먹는 풀을 따라 계속 이동하면서 광활한 지역을 순환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돼지는 소나 양처럼 풀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비슷한 음식을 먹어야 하며, 돼지는 땀샘이 없어 체온 조절을 위해 진흙 목욕이 필수적인데, 사막에선 물과 음식이 충분하지 않아 키우기가 어렵다. 또한 돼지고기의 맛은 좋은편이지만 다른 고기에 비해서 빨리 상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유목 민족이었던 유대인도 마찬가지였고 이슬람이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건 당연했다. 일반적으로 종교의 정결 법은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만들어지는데 돼지는 건강에도 유목민의 삶의 방식에도 맞지 않았다.
비슷한 예로 힌두교는 소를 신성시하고 먹지 않는데, 근원적인 이유는 마을 단위의 농경민족인 인도인들에게 소는 유능한 농업 도구였으며 가죽부터 고기, 젖, 배설물까지 버릴 부분이 없는 유용한 가축이었다.
그래서 인도의 1) 마하라자들은 종종 종교적, 경제적인 이유로 소 도축과 식용을 금지했다. 그렇다면 죽은 소는 그냥 버릴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도에는 전문적으로 소를 도축하고 가죽을 벗기고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계급인 2) 자띠가 있다.
그렇다면 무슬림은 절대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까? 이슬람은 인간의 행동을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절대선(파르드) : 의무, 반드시 해야 하며 하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
상대적 선(만둡) : 권장되는 바람직한 행동
무기(무바흐) : 선도 악도 아닌 행동
상대적 악(마크루) : 옳지 않은 행동 하지만 벌을 받지 않는다.
절대 악(하람) : 금지된 행동, 금기, 신이 금지한 행동으로 죄를 범하는 행위
원칙적으로 돼지고기는 절대 악의 개념인 하람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굶주렸거나 생명의 구제를 위한 특정한 경우라면 먹을 수 있다. 이슬람에서 인간의 행동은 절대적으로 강요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융통성이 있다.
파키스탄의 훈자 워터도 비슷한 경우로 추운 파키스탄의 계곡에서 몸을 녹이기 위한 한잔의 술은 한국 스님들의 곡차와 같이 금지되어 있지만 금지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슬람은 사막의 종교로 거칠어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수천 년 실크로드 무역의 중심에 있던 상인들이었고 합리적인 사람들이었다.
돼지고기와 마찬가지로 술도 하람이다. 술은 현세에서 살아가는 동안 금지되어 있지만 내세인 천국에서는 3) 할랄로 허용된다. 이슬람은 세상의 마지막 날이 오면 모든 영혼은 하느님(알라)의 품으로 돌아가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쿠란에서 술과 돼지고기는 금지되어 있지만 처벌의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슬람 국가마다 술을 허용하는 기준은 다르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는 술의 판매와 음주가 완전히 금지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술은 판매되고 있고, 한국처럼 자유롭게 아무 식당에서 마실 수는 없지만 외국인이나 비무슬림들은 특정한 레스토랑이나 드링크 샵에서 술을 구입하거나 마실 수 있다.
이슬람 권을 여행하다 보면 현지의 유명한 4) 사원(모스크)을 보러 자주 가게 된다. 원래 사원은 비무슬림에게도 누구에게나 해가 떠있는 시간 동안 열려있다. 하지만 보통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유명한 사원은 무슬림들을 위해 대부분 하루 다섯 번의 기도와 금요일 오후 예배 시간을 피해서 관광객들이 입장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입장 시간을 만든다.
관광지의 큰 사원에서 그런 느낌을 받기는 어렵지만 원래 사원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를 보고, 마을의 문제가 생겼을 때는 사람들이 모여 논의를 하고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되며, 라마단 시기에는 저녁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즐기는 마을 공동체의 가장 중심이 되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사원은 신을 만나는 장소로 머리카락과 신체의 노출된 부위를 가리며, 여행자는 입장하기 전 준비되어 있는 수도에서 무슬림의 5) 우두 정도는 아니더라도 물로 손과 발을 닦는 것을 추천하지만 대부분의 관광지에서는 시간적 문제로 신발을 벗거나 신발에 커버를 씌우고 사원 내부로 입장한다. 내부에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기도하는 사람의 앞으로 지나가지 않으며, 한국에서도 그렇듯이 허락 없이 타인의 사진을 찍지 말아야 한다.
특히 보수적인 이슬람권에서 여성에 대한 허락받지 않은 사진 촬영은 큰 실례이며, 남성 여행자가 현지인 여성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는 경우도 국가의 분위기에 따라 큰 실례이며 현지인과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면 왼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선물을 주고받을 때 아이들의 장난감을 제외한 동상이나 인물이 그려진 그림을 선물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슬람의 큰 축제이자 고행의 기간인 6) 라마단은 해가 떠있는 낮 시간 동안 음식과 물 등 일체의 식음료를 먹지 않으며, 흡연, 성행위 등이 금지되는 금식과 금욕의 기간으로 신실한 신자는 침조차 삼키지 않는다. 물론 비 무슬림인 여행자들은 금식을 지킬 필요가 없고 이스탄불이나 두바이처럼 세속화된 지역들은 라마단 기간에도 점심 식사를 파는 식당들이 흔해졌지만. 라마단 기간에 이슬람 지역을 여행한다면 가능하면 공공장소에서 먹거나 마시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주
1) 인도에서 국왕을 뜻하는 단어
2) 인도의 계급 구조인 카스트의 세부 분류, 자띠는 인도의 전통적인 농경 공동체에서 필요한 직업들을 구분하는 이름이다.
3) 이슬람에게 허용된 음식과 식재료를 할랄이라고 하지만 원래의 뜻은 무슬림에게 “허용되는 것”을 통칭하는 단어
4) 이슬람의 예배 장소 모스크, 성원, 청진사, 자미Cami, 마스지드Masjid는 같은 뜻이다.
5) 예배나 종교적인 의식 전에 얼굴과 팔다리를 물로 씻어내는 의식, 물이 없으면 모래로라도 세정한다. 일반적인 무슬림은 기도를 포함해 하루에 7-8번 정도 몸을 씻는다. 우두는 이슬람 공동체의 건강과 청결을 위한 규칙이다.
6) 이슬람 달력으로 9월 타는듯한 더위와 건조함을 뜻하는 라미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이슬람력은 일 년이 355일이기 때문에 매년 라마단의 시기는 바뀐다. 라마단은 무함마드가 광야에서 금식을 하며 기도하다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하느님에게 계시를 받은 것을 기념하는 기간으로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 금식과 금욕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