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플로리스트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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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코사지에 대해서는..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었죠.
엄마는, 세상의 모든 엄마는, 가슴에 꽃을 달 자격이 있다고요. 언제나, 언제나요.
지난주 주말 작업했던 부모님 코사지/부토니에 세트예요. 제 담당 웨딩이 아니었는데
May 가 갑자기 이 웨딩 남은거 좀 너가 만들라고 하며 휘리릭 퇴근하심.
부랴부랴 컨트랙트를 봐가며 엄마꺼 두개 아빠꺼 두개를 만들었어요.
심비디움 코사지가 그래도 아주 rare 한건 아닌데, 흔한거도 아니라서 사진을 찍었어요.
(아, 제가 만든 첫번째 심비디움 코사지이긴 해요. ^^;;)
심비디움이 꽃잎 자체가 투명한데 두껍고 아주아주 오래 가는 꽃이라,
특히 흰색은 더 투명해서, 많이 좋아하게 된 꽃이기도 해요.
아버지꺼 둘, 어머니꺼 둘.
이렇게 놓고 찍어 보니 예뻐서, 인스타에도 올리고, 여기 와서도 얘기하는 거예요.
올 1월에.. 우리 엄마 아빠꺼를 제가 직접 만들게 될 거 같은데, 정말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mother's corsage 는 만드는거 거의 다 엄마한테 맨날 카톡으로 보여주면서 뭐가 예쁘냐고-
늘 묻고 있는 요즘이에요.
이게.. 저 위에서 mother's corsage 하나 클로즈업해서 찍은건데요,
코사지 치고 굉장히 깔끔하고 정갈한편인데다 기본 가격이었는데..
외려 그 어떤 것보다 더 우아하고, 더 아름다운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
엄마아빠 보고 싶어하는 병은 여전히 중증이어서,
괜히 남의 부모님 꽃들을 하나, 하나, 정성을 들여 만들며,
엄마를 보고 싶어 하기도 하고- 아빠를 보고 싶어 하기도 하고-
울컥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삼키느라 애를 쓰기도 하고.. 그래요.
존경과, 감사와, 사랑이. 담긴 그 꽃...
그렇게도 귀하고, 이렇게도 예쁜걸, 내가 늘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늘 보름에 한 번꼴에 쉬는 날이 돌아올 정도로 정말 정신력 하나로 버티고 있음에도..
엄마도 맨날 "너 꽃집은 이제 그만 둬야 하는 거 아니니..." 라고 중얼중얼 거림에도..
꽃집에서 일하는 것도- 그리고 원래 스케쥴일이었던 토요일만이 아닌,
(회사에 양해를 구해) 금요일에도, (주일을 포기하고) 일요일에도 꽃집을 가는 것도-
놓고 싶지도, 놓을 수도, 없는 그런... 꽃일입니다.
부케 하나 만드는 것을 보고 날 채용하고, "너 플라워 디자이너로 만들어 줄게."
라고 말해줬던 밴쿠버 최고의 플로리스트 May. 추웠던 그 어느날 내게 그렇게 말했던 그녀는
어느새 코사지를 만들며 우리 엄마가 보고 싶다고 징징 거리는 제게 "너의 밴쿠버맘이 여기 있잖니. "
라며 등을 토닥이는 맘씨 좋은 사장님이자, 선생님이자, 그리고 밴쿠버맘이 된 지금..
저는 이렇게 2015년의 8월의 끝을 맞이 하고 있고, 지금은 또 회사에서 열심히 캐드질을 하고 있...^^;;
Ps.
며어어어년 전에.. 제가 네이버 블로그에다가도 썼었더라구요. 40살이 되면, 플로리스트가 될 거라고.
너무 많이 일찍 이루어진 그 꿈.. 그래서 더 감사하고, 그래서 더.. 그만 두지 않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