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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lna Feb 16. 2022

엄마가 없다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폐차를 생각할 만큼 큰 사고였다.

무 놀라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하더니 처음엔 딱 그랬다. 엄마의 흐린 목소리를 들으니 심장만 무진장 쿵쾅거렸다.

급하게 운전대를 잡았다. 심호흡을 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하며 나를 붙잡았다.


하늘이 도우셨는지 다행히도 큰 외상은 없었다.

그렇다고 속까지 멀쩡할 리 없었다. 엄마의 눈빛은 멍했고 손끝은 잘게 떨렸다. 큰 충격으로 기력이라고는 다 빠져나간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무언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뒤차가 조금 더 속력을 내었더라면 어찌 됐을지 눈앞이 아찔했다. 큰 트럭이었다는 상대에게 왈칵 화가 쏟아지기도 하고 평소에 늘 조심하는 엄마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억울하기도 했다.



엄마가 연약해 보였다.

그래서 오히려 바쁘게 굴면서 엄마에게 잔소리해댔다.  후유증이 심하다던데 입원해 치료를 받지 왜 안 하려 하냐, 허리가 아프다면서 왜 앉아있냐, 하면서.

안 하던 요리를 하고 부러 엄마 옆에 가서 살폈다. 엄마를 보호하고 잘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결국 하루 이틀새 엄마의 상태는 더 나빠져서 입원하기로 결정되었다. 아침부터 엄마를 모시고 진료를 받고, pcr 검사도 받았다.

잠깐 나갔다 오는 동안 짐 잘 싸 두시라 말하기도 하고  보호자란에 서명도 했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약간은 내가 기특했던 것도 같다.



그런데 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오는 길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안 좋은 거였다. 아래쪽에서부터 무언가 일렁이는 느낌. 감정을 다스리려고 해도 어려웠다. 작게 일렁이던 것이 결국엔 부글부글 끓더니 팡팡 튀어올랐다. 너무 슬펐다. 정말 울적했다. 운전대를 잡고 훌쩍거리자 옆에 앉은 동생이 숨죽이는 것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니 더 울적했다. 다른 가족이 있는데도!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 뒤로 계속 비슷한 상태였다. 아무렇지 않게 일하다가도 틈이 나면 울컥했다. 심지어 오늘은 퇴근하다가 엉엉 울었다. 엄마는 병원에서 삼시세끼 잘 드시며 치료받고 있다는 걸 아는데도 그랬다. 이 나이 먹고 지금 엄마 없다고 우는 거냐 하는 민망함도 들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한 것이다.

아주 옛날, 나는 꽤 오랫동안 엄마와 떨어져 지낸 적이 있었는데 어린 날의 나는 전혀 울지 않았다. 울긴, 학교만 잘 다녔다. 기숙사에 살며 공부할 때도 엄마 생각을 하며 울진 않았고 자취할 때도 그랬다.

심지어 난, 나 혼자 입원해 수술받았을 때도 울지 않았다. (나 수술했어! 하고 사진 찍어 엄마한테 보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엄마가 입원했다고 이렇게 줄줄 울다니!


그런데 곰곰이 생각했더니  그때와 지금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때는 건강하고 아무 일 없는 엄마. 지금은 아프고 다친 엄마.


난 엄마가 늘 똑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변하지 않고 그대로. 그래서 내가 당신이 필요한 순간에 언제나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나도 이제 나이 먹은 다 큰 딸이라고 소리를 높이면서도 엄마가 나이 드는 것, 엄마가 아프거나 다칠 수도 있다는 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깨달은 거였다. 엄마가 늘 똑같이 있는 건 아니라고. 어쩌면 앞으로 엄마 보호자로 서명할 일이 점점 늘어날지도 모른다고.


내가 아직 덜 큰 것 같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되었다. 슬프고 당황스럽기만 하다.  멀었다.


+종종 나는 엄마에게 독립이 꿈이라 말하곤 했다.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동네에 독립할 거야. 그런데 엄마 없다고 이렇게 울어서야. 독립하겠다는 과거의 나는 허세였음이 틀림없다. 속된 말로 개 허세.


++엄마가 없어서 울적하다는 나의 말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지 말고 세차 좀 해. 네 차가 너무 더럽더라."  그래 엄마라도 평소와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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