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 is not 'chingoo(친구)'.
대학시절 필자의 교양 영어 원어민 교수님께서 친구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시면서 남기셨던 말씀이다. 보통 한국어 단어 '친구'를 영어로 'friend'로 통번역하고는 하지만, 이는 100% 온전히 들어맞는 단어는 아니다. 한국에서의 '친구'는 영어권에서 지칭하는 'friend'와 동일시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나이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나이가 동갑이어야만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영어권의 경우 동갑이든 나이 차이가 위아래로 10살이 넘어가든 말든, 가족 및 친인척을 제외한 모든 타인들과 친분이 있다면 'friend'가 충분히 될 수 있다.
여기서 필자가 본문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한국의 친구 개념보다는, 영어권의 friend가 옳고, 우월하다'는 어설픈 문화 사대주의적인 메시지는 아니다. 다만, 아무리 지역 간 문화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한국의 또래 · 친구 문화는 많이 이상할 뿐이다. 아무리 친해도 나이 차이가 한 살이라도 나면 친구가 될 수 없고, 아무리 친분이 없어도 서로 나이만 동일하면 '친구'라는 이름 하에 반강제로 묶여버린 채 관계가 시작된다.
필자가 한국에 완전히 정착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에서의 친구 문화는 아직도 적응도 잘 안되다 못해, 이제는 피곤하고 짜증까지 난다.
"둘이 동갑이구나? 친구네! 앞으로 친하게 지내. 얘 좀 잘 부탁해."
아마 한국인이라면 10명 중 9.9명은 이 말을 최소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보통은 학교/회사의 경우 새 친구/신입직원이 막 들어오고 나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 받으라는 차원에서 동급생/또래 직원에게 맡길 때 주로 사용되는 고정 멘트다. 여기서 본인과 맡겨진 상대와 다행히 잘 맞아 정말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빈번하다. 말처럼 쉽게 친해질 관계였다면, 굳이 저 멘트를 따로 듣지 않더라도 알아서 친해지고 친분을 유지했을 텐데, '동갑이니까 친해져라'라는 반강제적 화법은 되려 듣는 이들로 하여금 오히려 불편하고 거슬리게 한다.
지금까지 필자가 구구절절 저술한 내용이 모두 옳지 않을 수 도 있다. 그러나 이것 만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동년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강제적으로 친구가 될 필요도 없고, 반대로 나이 차이가 있다고 해서 친구 하지 말아야 할 필요는 없다.
동갑은 친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