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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Jun 27. 2024

동갑은 친구가 아니다

윤따의 소신발언

  'Friend' is not 'chingoo(친구)'.


  대학시절 필자의 교양 영어 원어민 교수님께서 친구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시면서 남기셨던 말씀이다. 보통 한국어 단어 '친구'를 영어로 'friend'로 통번역하고는 하지만, 이는 100% 온전히 들어맞는 단어는 아니다. 한국에서의 '친구'는 영어권에서 지칭하는 'friend'와 동일시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나이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나이가 동갑이어야만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영어권의 경우 동갑이든 나이 차이가 위아래로 10살이 넘어가든 말든, 가족 및 친인척을 제외한 모든 타인들과 친분이 있다면 'friend'가 충분히 될 수 있다.


  여기서 필자가 본문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한국의 친구 개념보다는, 영어권의 friend가 옳고, 우월하다'는 어설픈 문화 사대주의적인 메시지는 아니다. 다만, 아무리 지역 간 문화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한국의 또래 · 친구 문화는 많이 이상할 뿐이다. 아무리 친해도 나이 차이가 한 살이라도 나면 친구가 될 수 없고, 아무리 친분이 없어도 서로 나이만 동일하면 '친구'라는 이름 하에 반강제로 묶여버린 채 관계가 시작된다.


  필자가 한국에 완전히 정착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에서의 친구 문화는 아직도 적응도 잘 안되다 못해, 이제는 피곤하고 짜증까지 난다.


  "둘이 동갑이구나? 친구네! 앞으로 친하게 지내. 얘 좀 잘 부탁해."


  아마 한국인이라면 10명 중 9.9명은 이 말을 최소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보통은 학교/회사의 경우 새 친구/신입직원이 막 들어오고 나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 받으라는 차원에서 동급생/또래 직원에게 맡길 때 주로 사용되는 고정 멘트다. 여기서 본인과 맡겨진 상대와 다행히 잘 맞아 정말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빈번하다. 말처럼 쉽게 친해질 관계였다면, 굳이 저 멘트를 따로 듣지 않더라도 알아서 친해지고 친분을 유지했을 텐데, '동갑이니까 친해져라'라는 반강제적 화법은 되려 듣는 이들로 하여금 오히려 불편하고 거슬리게 한다.


  지금까지 필자가 구구절절 저술한 내용이 모두 옳지 않을 수 도 있다. 그러나 이것 만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동년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강제적으로 친구가 될 필요도 없고, 반대로 나이 차이가 있다고 해서 친구 하지 말아야 할 필요는 없다.


  동갑은 친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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