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가 교권보호위원회에 올라갔다. (2)

흔들림 앞에서 더 조심스러워지고, 단단해지는 쪽을 선택하는 것

by 최선

“선생님, 저는 선생님 반 아이들을 지도하며 큰 상처를 받았고, 회의를 느꼈습니다. 앞으로 3학년 수업 임장지도에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동의하시면 대답하세요.”


녹음 시작 버튼을 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 순간 나는 저연차 교사로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아니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심장은 빨라졌고, 떨리는 시선과 조용한 교무실 공기 사이에서 나 홀로 법정에 선 느낌이었다.


결국 그 선생님은 사안을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했다. 절차에 따라 다음 날 반드시 학부모에게 내교 요청을 해야 했다.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자 그날 회사에 매우 중요한 일정이 있어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몇 차례나 말씀하셨다. 관리자분들께 상황을 전달했지만 돌아온 답은 같았다.


"교육청 절차라 어쩔 수 없습니다.” 절차는 단단했고, 사정이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다.


결국 학부모님은 중요한 일을 미뤄둔 채 학교로 오셨다. 교문을 넘어 들어오는 순간부터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분은 앉자마자 말을 이었다. 그 목소리에는 억울함과 당혹감이 함께 섞여 있었다. 학부모님과 관리자, 그리고 내가 둘러앉은 자리에서 학부모님은 차분하지만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첫마디를 꺼내셨다.

“제가 오늘 화장실 가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직접 재봤습니다. 그리고 검색해 봤습니다. 평균이 15분이라고 하더군요.”


학부모님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어조로 되물으셨다. 그 시간 동안 화장실에 다녀온 일이 과연 잘못이었는지, 훈계와 반성문, 나아가 교권보호위원회에 상정될 사안이었는지 말이다.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모두 잠시 말을 잃었다.


이후 학부모님께서는 학교의 입장이 그렇다면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자녀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학생인권위원회를 찾겠다고 했다. 그 말은 협박이나 맞대응이 아니었다. 그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대응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이후 학부모님께서는 중간에 끼어 곤란한 처지가 된 담임을 배려해 나를 제외하고 관리자와만 연락을 주고받으며 언쟁을 이어가셨다. 그 순간 사안은 완전히 내 손을 떠났다. 우리 부서의 부장님은 지쳐 있는 나를 보며 병가를 내도 된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이미 사안의 당사자인 선생님께서는 교직 생활 전반에 회의를 느끼신 듯했다.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책상 위와 서랍을 모두 정리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 일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을 흔드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모두에게 크나큰 상처로 남으리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사안은 점차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입장과 감정싸움으로 변해갔다. 어느새 사안의 당사자인 선생님과 학생 개인의 일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동료 교사들까지 나서서 나와 학생에게 사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요구는 설득보다는 압박에 가까웠다.


그 과정에서 나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어디까지가 보호이고, 어디부터가 강요일까. 교사의 역할은 질서를 지키는 사람일까 아니면 갈등 앞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일까. 무수히 고민했다. 그러나 그 질문들 앞에서 나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결국 아이의 고등학교 3년을 추억하고, 앞으로의 나날을 축복해야 할 졸업식 당일에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해당 사안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무죄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문서 위에서는 각자의 상처가 정리되고 무게가 매겨졌지만, 그 과정에서 남은 사제간의 아픔은 어떤 기준으로도 가늠할 수 없었다.


.

.

.


이 사건을 겪으며 나는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사안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 순간 교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교사는 전문성을 갖춘 직업인이지만, 동시에 애정과 진심으로 아이를 대하는 인간이기에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도 다시 마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흔들림 앞에서 더 조심스러워지고, 더 단단해지는 쪽을 선택하는 것. 나는 그 선택을 반복하려 애쓰는 교사로 남고 싶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사안의 경과를 돌아보며 교사의 지도 방식과 자세에 대해 성찰하고, 정서적 교감과 관계회복이 가장 중요함을 인식함.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보다 신중한 판단을 하고자 노력함.

월, 수, 금 연재
이전 22화우리 반 아이가 교권보호위원회에 올라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