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아 Jul 05. 2021

요양원에 어르신을 모시는 게 불효라고요?

입소요양시설의종류와 개념


  치매환자와 살기 위해서는 노인요양시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집에서 모신다면 재가요양시설을 활용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입소요양시설을 활용해야 한다. 내가 모셔야 효도가 아니다. 어르신과 가족의 상황에 따라 올바른 방법으로 모시는 것이 효도다. 전기밥솥이 있는데 정성을 담는다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밥을 짓는 것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오래 지속할 수도 없다. 고령화가 되면서 그 자녀들 역시 이제 고령이기 때문에 정성이나 마음만으로는 할 수 없다. 치매환자와 함께 사는 것의 어려움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에 사회보험을 만든 것이다


  일부 사람들 중에서 요양시설을 아직도 '노인을 버리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야말로 안타까운 시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은 일선에서 일하는 모든 관련 종사자들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이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노인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무식한 생각이라고 까지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요양시설 종사자로서 자부 하건데, 입소시설에 입소하면 대부분의 경우 집에서 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신다. 영양을 고려한 식사를 단 한 끼도 빠지지 않고 드실 수 있으며, 주기적으로 도움을 받아 운동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일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요양시설에서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다. 이런 기본적인 서비스를 집에서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년씩. 당연히 누군가의 엄청난 희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희생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어르신은 더 불만을 가지시게 될 것이다.


 당신이 아무리 열심히 어르신을 모신다고 하더라도 절대 여러 사람이 하는 것만큼 할 수 없다. 

 더군다나 당신은 돌봄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요양시설은 사실 치매 여부와 상관없이 입소를 예상해야 하는 시설이다.

  아프면 병원에 입원하듯이, 나이 들고 혼자 살기가 어려우면 요양시설에 가야 한다. 나이가 들어 갑자기 하루 이틀 아프다가 죽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점차 건강상태가 안 좋아지다가 결국 사망에 까지 이르는 것이고 그 과정은 수년에서 십 수년이 될 수 도 있다. 이 경우 결국 요양시설의 입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대부분 사람들은 언젠가는 결국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따라서 요양시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하고 내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더군다나 내 가족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더 빠르게 요양시설에 대해 알아보아야 한다. 요양시설은 대부분이 생각하는 입소시설과 집에 살면서 서비스를 받는 재가시설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입소시설은 거처를 옮겨서 '사는' 시설이고, 재가시설은 방문이나 주간보호처럼 집에서 살면서 서비스를 받는 시설이다. 


 입소시설에는 노인장기요양제도를 활용한 요양원과, 건강보험제도를 활용한 요양병원, 실비를 직접 다 지불하는 유료양로시설(실버타운), 특별한 서비스 없이 그냥 노인들을 위한 주택인 노인주택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입소시설은 물론 요양원과 요양병원이다. 사실 그 외 나머지 시설은 치매진단을 받은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거나 높은 가격을 요구하기 때문에 성격이 약간 다르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사실 겉으로 보면 비슷하게 생겼고 많은 사람들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혼동하는데 제도적으로나 운영적으로 완전히 다른 시설이다. 제일 큰 차이는 아무래도 의사의 여부이다.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병원'이기 때문에 의사가 상주한다. 당연히 의료적인 처치가 가능한 시설이다. 하지만 요양원에는 의사가 없으며 약 2주에 한번 정도 촉탁의가 방문하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전부이며 의료적인 처치가 어렵다.


 개념적으로 요양병원은 요양을 하는 '병원'이고, 요양원은 생활을 하는 '거처'이다. 따라서 병실 기준 역시 다르다. 요양병원은 다른 병원처럼 다인실을 기준으로 병실이 구성된다. 요양원은 '사는 곳'이기 때문에 최대 4인실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비용은 일반적으로 요양병원이 더 비싼 편이다. 만약 의료적인 처치가 계속 필요한 사람이라면 요양병원이 적합하고, 특별한 처치가 필요 없는 사람이라면 더 저렴한 요양원을 추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입소시설은 말 그대로 거처를 옮겨서 '사는' 시설이다. 조금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살다가 죽는' 곳이다. 누군가가 요양원에 들어가면 죽어서 나온다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요양시설은 죽을 때까지 잘 살기 위해서 들어가는 곳이다. 따라서 입소시설을 고려한다면 많은 고민을 하고 결정해야 한다.


 입소시설은 한번 결정하면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가 이사를 결정할 때 많은 부분을 고려하듯이 그렇게 결정해야 한다.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어르신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입소시설을 옮기면 어르신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치매환자들은 극단적으로 불안감이 높아지며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없었던 문제행동이 나타나기도 하고 잘하던 일상생활 행동을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입소시설을 선택할 때 잘 결정해야 한다.


 입소시설에 입소할 때에는 모든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막상 입소를 하려고 하면 관심이 없던 것 같던 형제들이 한 마디씩 이야기하기도 한다. 관여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견과 분쟁이 있어 올바른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입소시설의 입소를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순탄치 않은 경우가 많아 입소하기로 결정되면 바로 아무 시설이나 입소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입소결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다고 하더라도 직장 문제 등으로 바로 입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 입소시설을 바꾸는 이유는 대부분 이렇게 급하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리 입소시설을 알아보는 것이 좋은데,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이에 반감을 가진다. 아직 건강하신데 벌써부터 요양원을 알아보면 무언가 죄송스러운 것 같고 불효하는 것 같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더 좋은 시설을 미리 알아보는 것은 불효가 아니다. 오히려 더 어르신을 잘 모실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행동이다. 어르신이 더 나빠질 것을 대비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요양시설 입소는 몇 년은 더 있어야 필요할 수도 있고 아예 입소하시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그런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