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문제행동대응 원칙
치매환자의 문제행동에 대한 대응은 일반적으로 문제행동을 제거하고자 하는데에 집중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계속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나가지 말게 설득하거나, 변을 아무 곳에서나 보려고 하는 것을 막는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문제행동으로 정의하는 행동심리증상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나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이거나 비위생적인 행동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동들은 물론 제거되어야 하며 지속적으로 행동이 반복되지 않게끔 하는 것은 치매환자 돌봄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문제행동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함께 생활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행동을 식별하고, 문제행동을 제거하는 것은 돌봄의 과정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활동이다.
치매환자의 문제행동에 대한 대응은 특별한 매뉴얼을 만들기 어렵다. 사람마다 문제행동이 다르고 같은 문제행동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행동에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그 치매환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라포도 형성되어야 하고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환뿐 아니라 가족, 생활환경 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치매환자를 돌보며 느낀 것은 인지기능이나 신체기능보다는 오히려 성격적인 부분이 문제행동과 많은 영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행동에 대한 대응 역시 치매환자의 성격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과 환경, 치매환자가 살아온 인생 등 역시 대응 행동을 찾아낼 때 참고할 중요한 내용이다.
물론 많은 경험을 가진 돌봄 제공자들은 자신이 사용했던 다양한 대응 방법들을 활용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방법들은 상당히 창의력을 요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대응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돌봄은 관계이기 때문에 같은 대응방법이라고 하더라도 돌봄 제공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이 되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대게 돌봄 종사자들은 자신의 말투, 신체적 특징, 성격 등에 따라 자신만의 대응방법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노하우는 일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특성이 많은 부분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환자의 문제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은 있다.
위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치매환자의 문제행동은 매우 범위가 넓다. 문제행동 여부를 판단할 때 문제행동을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이나, '의미 없는 행동'등으로 정의하면 문제행동의 범위가 매우 넓어진다. 예를 들어 짐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행동심리증상이 있다고 하자. 이러한 행동은 물론 의미도 없고 비상식적인 행동이지만 아무도 위험하지 않다. 치매환자가 다칠 확률이 현저히 낮은 행동이다. 이러한 행동은 '문제행동'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제거할 필요가 없는 활동이다. 그대로 내버려 둬도 방이 조금 어질러지는 것 말고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면 굳이 그 행동을 못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행동은 장려되어야 하는 행동이다.
실종의 위험이 있는 집을 나가려고 하는 행동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는 요리를 한다던가 하는 행동은 위험한 행동으로 제지되어야 하는 행동이다. 이러한 활동은 제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돌봄 제공자가 관찰하는 환경에서 치매환자가 수행하는 방법밖에 없다. 또한 치매환자의 문제행동 중 돌봄 제공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은 일반적으로 돌봄 제공자에게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요청하는 경우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계속 확인하거나 대화하고 싶어 하는 경우 역시 돌봄 제공자의 돌봄 시간을 늘린다. 요약하자면 돌봄 제공자를 귀찮게 하는 행동들이 일반적인 문제행동이다. 여기서 돌봄 제공자의 '귀찮음'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돌봄 제공자는 치매환자의 남은 평생을 돌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돌봄 제공자의 노동강도를 낮추거나 돌봄 시간을 줄이는 것은 돌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사실 치매환자가 어떠한 문제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다. 문제행동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즉, 다른 안전한 행동을 하게 함으로 문제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치매환자는 문제행동을 시작할 확률이 높아진다. 정해진 활동을 혼자서 계속하게 두면 환자는 그 행동을 하느라 문제행동을 수행할 시간이 없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안전'하고 '혼자'할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것은 치매환자의 돌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앞서 예시로든 아무도 다치지 않고 혼자 하는 짐을 싸고 푸는 행동은 다른 위험한 문제행동을 못하게 하는 오히려 장려되어야 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치매환자의 문제행동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응 행동은 다른 안전한 행동을 수행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치매환자에게 다양한 '안전한' 활동을 추천하고 치매환자가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문제행동을 시작하게 전에 찾아낸 '안전한' 행동들을 차례대로 수행하게 하는 것이 문제행동 대응에 있어서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